춘제 수요에 中지방 채권까지 겹쳐…물가 탓 인민銀 유동성 공급 제한 관측도
신용 위기 겪었던 中 소규모 지방은행들, 또 시험대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지난 16일 중국 저장성 린하이(臨海)시에 있는 소규모 은행인 린하이농상은행 지점 앞에 난데없는 돼지고기 좌판이 펼쳐졌다.
내년 1월 춘제(春節·중국의 설)를 앞두고 급증할 자금 인출 수요에 대비해 은행이 최근 중국에서 가격이 급등한 돼지고기를 사은품으로 내걸고 정기 예금 유치 이벤트를 벌인 것이다.
3개월 이상 정기예금에 1만위안(약 166만원)보다 많은 돈을 넣은 고객이 추첨을 통해 최소 1㎏, 많게는 5㎏짜리 돼지고기 덩어리를 받을 수 있는 이벤트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장사진을 이뤘다.
이런 낯선 풍경은 자금 수요가 몰리는 내년 춘제를 앞두고 추가 예금 확보에 사활이 걸린 중국 지방 중소은행들의 절박한 사정을 보여준다.
19일 궈타이쥔안(國泰君安)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1월 춘제를 전후해 중국에서는 총 2조8천억 위안(약 466조원) 규모의 막대한 자금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춘제는 중국인들에게 연중 최대 명절이다. 통상적으로 춘제를 앞두고 선물, 여행, 보너스 지급 등 다양한 이유로 대규모 현금 인출이 이뤄지기 때문에 은행들은 예상되는 자금을 미리 확보해둬야 한다.
궈타이쥔안증권은 춘제를 앞두고 1조5천억 위안의 현금이 인출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내년 1월에는 이에 더해 막대한 추가 자금 수요가 몰릴 것으로 보인다.
중국 중앙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지방정부에 연초부터 대규모 인프라 시설 투자에 나설 것을 지시한 가운데 내년 1월에만 1조3천억 위안 규모의 지방정부 채권이 새로 발행될 것으로 궈타이쥔안증권은 전망했다.
춘제를 앞둔 자금 확보 압박은 중국은행·건설은행·농업은행·공상은행 같은 대형 국유상업은행보다는 농촌과 중소도시의 소규모 금융기관들에 집중되고 있다.
중국 매일경제신문은 "국유은행은 자금 조달 경로가 다양해 자금 확보 압력을 비교적 작게 느끼지만 도시상업은행과 농촌 금융기관, 민영은행은 자기 역량이 약해 예금 확보 압력이 훨씬 높다"고 지적했다.
이미 올해 들어 지방의 일부 소규모 은행들이 한 차례 신용 위기를 겪으면서 중국인들은 소규모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지난 5월 네이멍구자치구의 바오상(包商)은행 등 지방의 소규모 은행 3곳이 파산 위기에 몰려 구조조정 후 국유화되면서 급속해진 경기 둔화가 금융 리스크로 번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지난 10월부터 11월 사이 잉커우옌하이(營口沿海)은행, 이촨(伊川)농촌상업은행에서는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뱅크런)가 발생해 중국 금융 당국을 바짝 긴장시키기도 했다.
통상 중국 금융 당국은 춘제를 앞두고 지급준비율 인하나 중기유동성창구(MLF) 대출 공급 등 공개시장 조작 정책을 통해 유동성을 추가로 공급했다. 내년에도 역시 춘제를 앞두고 유사한 조처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하지만 최근 돼지고깃값을 중심으로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급등하면서 금융 당국의 운신 폭은 좁아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11월 돼지고기 가격이 작년 동월보다 110.2% 급등한 여파로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작년 동월보다 4.5%나 폭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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