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지 '사이언스' 선정…구글 양자칩, 포커 AI 개발도 꼽혀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는 우주의 '검은 구멍' 블랙홀(black hole)이 4월 인류 역사상 최초로 실제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진을 비롯해 200명 이상의 과학자로 구성된 '사건 지평선 망원경'(EHT) 프로젝트팀이 지구에서 5천500만 광년 떨어진 곳에 있는 거대은하 'M87'의 중심부 블랙홀을 관측, 영상을 촬영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20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는 인류 역사상 첫 블랙홀 직접 관측을 '올해의 혁신성과'(Breakthrough of the Year) 중 첫 번째로 꼽았다.
EHT팀은 세계에 흩어져 있는 전파망원경을 모아 실제 블랙홀의 '민낯'을 볼 수 있었다. 미국과 스페인, 멕시코, 남극 등에 있는 8개의 전파망원경을 동시에 가동, 이들이 지구만한 크기의 하나의 망원경처럼 작동하게 함으로써 검은 M87 블랙홀이 주변의 광자들이 내는 빛에 둘러싸여 있는 '블랙홀의 그림자' 사진을 촬영한 것이다.
이번 관측 결과를 기다리며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무너지는 게 아니냐는 기대도 있었지만, 공개된 블랙홀의 모습은 오히려 이 이론을 재입증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론을 바탕으로 시뮬레이션한 M87 블랙홀의 모습과 실제 관측한 모습이 거의 일치한 것이다.
눈사람 모양 천체 '2014 MU69'(아로코스) 관련 연구도 올해 성과에 올랐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무인 탐사선 뉴허라이즌스는 올해 이 천체의 사진을 찍어 보냈다. 또 NASA와 미국 사우스웨스트연구소(SwRI), 존스홉킨스대, 텍사스대 등이 참여한 공동연구진은 5월 천체의 형태와 형성 과정을 추정한 결과를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베일에 싸여있던 '데니소바인'의 모습도 올해 공개됐다. 이스라엘 히브리대 연구진은 9월 후성유전체학 기법을 바탕으로 고인류인 데니소바인의 얼굴을 복원한 결과, 현대인류나 네안데르탈인보다 얼굴이 더 넓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구글의 양자컴퓨터 칩 '시커모어'도 올해의 혁신성과로 선정됐다. 구글은 10월, 현존하는 최고 성능의 슈퍼컴퓨터로 1만년이 걸리는 난수 증명 문제를 시커모어로는 200초 만에 해결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학계에서 '양자 우월성'(quantum supremacy·양자컴퓨터가 슈퍼컴퓨터의 능력을 넘었다는 의미)'을 최초로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프로 포커 플레이어 여럿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포커 인공지능(AI) '플러리버스'도 혁신 성과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이 AI는 미국 카네기멜론대, 페이스북 연구진이 개발했다.
이 밖에 ▲ 에볼라 신약 시험 ▲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낭포성 섬유증 치료법 승인 ▲ 아스가드(Asgard) 그룹 고세균 배양 ▲ 장내미생물 연구를 통한 영양보충제 개발 ▲ 소행성 충돌 흔적 연구 등이 올해의 혁신성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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