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이민 정책 일환…열악한 수용소·이주아동학대 정황 이어 논란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가면 결국 되돌려 보내진다. 가족의 전 재산을 빚으로 탕진하게 될 것이다. 평생 빚더미에 앉을 것이다…."
호주 정부가 미등록 이주자들의 유입을 막기 위해 극도로 부정적인 예언만 빼곡하게 담은 가짜 '별자리 운세표'까지 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1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는 호주 내무부가 스리랑카 출신 불법 체류자나 망명 신청자들의 유입을 막으려고 펼치고 있는 반이민정책의 일환이다.
이 표는 12개 별자리 대한 운세 정보를 각각 담고 있는데, 모든 별자리 해설에 "당신이 보트를 타고 호주에 불법 입국하려 하면 결국 돌려보내질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된다.
별자리별로 보면 게 자리에 해당하는 운세 정보는 "가족 문제가 일어난다"이다.
표는 "당신에게 행운은 없을 것"이라며 "가족의 전 재산을 빚으로 잃게 돼 가족 문제를 겪을 것"이라고 예언한다.
사수 자리에는 "영원히 빚더미에 앉을 것"이라며 "당신이 호주에 오기 위해 희생한 모든 것이 허사가 되며 결국 모두에게 빚지게 될 것"이라고 적혀있다.
쌍둥이 자리와 물고기 자리의 의미는 각각 "아내의 보석들을 잃게 될 것"과 "가족의 땅을 잃을 것"이다.
표 하단에는 "직접적으로나 제삼자를 통해서나 호주에 불법으로 들어오려는 자는 결국 저지되고 스리랑카로 돌려보내질 것" 등 경고 문구가 있다.
다만 맨 끝에 가서야 "이 메시지는 호주 정부가 보내는 것"이라고 명시돼 정부 제작물임을 확인시켜준다.
표의 제작 시기, 비용과 배포 범위 및 방법에 대해선 명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호주 내무부는 외신들의 요청에도 추가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호주 정부가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한 광고 캠페인을 벌인 것인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2017년 호주 정부는 싱가포르의 한 컨설팅회사에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망명 신청자들을 겨냥한 반난민 광고 집행 비용으로 1천5백만달러(약 174억7천만원)를 건넸다.
호주 정부는 더불어 실제로 보트를 통해 유입된 불법 이주자들은 연안에 마련한 임시 수용소에 철저히 구금시키고 있다.
2013년 이후 호주 정부가 수용소에 수용한 이주자와 망명 신청자만 4천명에 달하며, 이들 중 수십 명이 수용소의 열악한 환경 때문에 사망했다.
특히 수용소에 갇힌 아이들은 자살을 기도하고 '체념 증후군'(resignation syndrome) 증상이 나타날 정도로 심각한 처지라고 WP은 설명했다.
체념 증후군은 지나친 스트레스로 인해 외부 세계와 소통하길 포기해 육체적으로 뚜렷한 문제가 없지만 계속 잠만 자게 되는 정신질환이다.
난민 단체들의 압박 속에 호주 정부는 모든 아동을 포함한 다수 망명 신청자들을 미국으로 재배치한 상태지만, 수용소에는 여전히 성인 수백명 가량이 남아 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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