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용시 내년 중 국민투표서 결정…'밥그릇 지키기' 비판도
중도좌파 민주당 의원이 주도…오성운동과 연정에 새 갈등 불씨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의원 수를 3분의 1로 줄이려는 이탈리아의 정치개혁이 내부 장애물을 만나 앞날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ANSA 통신 등에 따르면 의원 수 감축에 반대하는 상원의원 모임은 1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어 관련 법안의 입법을 즉각 중단하고 이를 국민투표에 부치는 내용의 청원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탈리아 연립정부의 한 축인 중도좌파 성향의 민주당 소속 톰마소 난니치니 상원의원이 주도하는 이 모임은 이를 위해 동료 상원의원 64명의 서명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의원 수 감축과 같은 헌법 개정 사안의 경우 법안 통과 3개월 이내에 상원 또는 하원 어느 한쪽에서 5분의 1 이상의 서명을 담아 헌법재판소에 국민투표 청원을 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에선 절차상의 하자가 없다면 이를 받아들이는 사례가 많아 이르면 내년께 국민투표가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
앞서 상·하원 의원 정수를 945명에서 600명(상원 630→400명, 하원 315→200명)으로 줄이는 법안이 연초 상원에 이어 지난 10월 하원을 통과했다.
이 법은 내년 1월 10일 발효돼 현 의회의 임기가 만료되는 2023년부터 적용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의회 내에선 일부 민주당 의원을 중심으로 이 법에 조직적으로 반발하는 기류가 뚜렷해졌다.
표면적으로는 국민 과소 대표 문제로 대의 민주주의 절차가 지장을 받을 수 있다는 등의 이유를 언급하지만 실제로는 의원직 상실의 위기감이 표출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이번 청원이 안 그래도 삐걱대는 연립정부 내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의원 수 감축은 민주당과 연정을 구성한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의 핵심 공약 가운데 하나다.
오성운동은 의원에게 지급되는 막대한 세비를 절감하고 의정 시스템을 효율화하기 위해 유럽연합(EU)에서 영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의원 수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해왔다.
극우정당 '동맹'과 연정이 붕괴하고서 9월 민주당과 새로운 연정 협상을 벌일 때도 이는 차기 내각의 중요한 정책 과제 가운데 하나로 합의된 사안이다.
하지만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노골적으로 이를 뒤엎겠다고 나서면서 오성운동 입장에서는 사실상 뒤통수를 맞은 상황이 된 것이다. 당내에선 벌써 민주당을 비난하는 격앙된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2020년 예산안 등 거의 모든 정책 이슈에서 이견을 노출한 오성운동-민주당 연정이 의원 수 감축 이슈를 둘러싸고 최대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전망과 맞물려 조기 총선론도 다시 슬그머니 고개를 들고 있다.
국민투표 일정이 확정되기 전 현재의 의회 시스템으로 서둘러 조기 총선을 실시해 의석을 지키려는 다수의 의원이 조기 총선에 힘을 실어줄 경우 당장 내년 초에라도 연정 해체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30%대의 전국 지지율을 바탕으로 호시탐탐 조기 총선 실시를 노리는 동맹은 이 이슈를 자기 당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할 절호의 기회로 여기는 분위기다.
동맹을 이끄는 마테오 살비니는 "나도 의원 수 감축에 찬성하지만 국민이 직접 이를 결정하도록 하는 게 가장 좋은 방식"이라며 국민투표를 지지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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