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간 대북 문제 조율…제재 준수 속 대화에 방점 찍힌듯
기다리는 비건, 北 대화 신호 없으면 귀국길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겸 부장관이 19일 예정에 없던 방중을 통해 중국 측과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접점을 모색했다.
미국은 중국에 유엔 대북 제재 대오에서 이탈하지 말 것과 더불어 중국이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건 대표는 북한과 대화 의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한 상황이라 방중 마지막 날인 20일에 북한의 신호가 있으면 전격 방북할 가능성이 남아있으며 별다른 반응이 없을 경우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다.
베이징 소식통 등에 따르면 비건 대표는 전날 베이징에서 뤄자오후이(羅照輝) 중국 외교부 부부장과 만나 북한 비핵화 해법에 대해 깊이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
이 자리에서 뤄 부부장은 미국에 대북 제재 완화 등 유화적인 조치를 통해 북한과 대화와 협상, 정치적 해결에 나서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뤄 부부장은 중국의 기존 북핵 해법인 북미 간 단계적, 동시적 행동 원칙을 강조해 미국이 원하는 일괄 타결 방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비건 대표는 최대한의 대북 제재 압박이 현재의 북한 비핵화 협상으로 이어졌다면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대북 제재 전선에서 이탈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북한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국이 북한의 연말 도발 자제와 북미 대화 재개에 역할을 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한 소식통은 "비건 대표의 갑작스러운 방중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 제재 완화안을 제기함에 따라 이를 잠재우며 대북 압박 대오를 추스르기 위한 목적이 크다"고 말했다.
주목할 점은 중국은 이번 대북 제재 완화 결의안 초안과 외교부 브리핑 등을 통해 6자 회담 재개를 주장하고 있어, 이번 북미 간 회동에서도 논의됐을 가능성이 크다.
6자 회담은 북핵 문제 처리에서 남북한,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이 참여하는 체제다. 의장국이 중국이라는 점에서 6자 회담 재개시 사실상 중국이 주도권을 쥐는 것으로 미국 뿐만 아니라 북한도 반대하는 상황이다.
한편, 비건 대표의 이번 방중에서 북한과 대화를 시도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전날 고려항공편으로 북한 고위 인사가 베이징에 들어오지 않아 베이징에서 비건 대표와 북한 측과 만남은 사실상 무산됐지만, 북한의 신호를 받고 비건 대표가 20일 평양에 들어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미국 국무부는 19일(현지시간) 비건 대표가 북한과 접촉할지와 관련해 "발표할 추가적 방문이나 만남이 없다"고 밝혀 성사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미 국무부 부장관에 지명된 비건 대표가 미 상원 인준 관문을 통과함에 따라 그의 협상력과 체급이 높아져 북한이 갑자기 마음을 바꿀 가능성도 있다.
한 소식통은 "비건 대표가 부장관으로 승진함에 따라 대북 협상력이 커져 북한 또한 비공개로 북미 대화와 관련한 메시지나 입장을 전해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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