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양도세 인하, 부동산으로 돈 쏠림 야기할 것"
토론회서 "1세대 1주택 비과세 기준 '양도차익'으로 바꿔야" 제안도
(세종=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 김유찬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은 20일 "현재와 같은 여건에서 시장에 공급을 늘리는 것은 상당 부분 다주택자의 보유 주택 수를 늘려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조세연이 이날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부동산 조세정책의 발전방향'을 주제로 연 정책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주택 소유자가 2012년 이후 지속해서 증가했는데, 주택 소유자 수 증가에 비해 다주택 소유자 수 증가가 더 크게 나타났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2008년 대비 지난해 주택 수는 489만호 증가한 반면 주택 소유자는 241만명 증가해 '다주택자의 주택 보유'가 늘어났다는 게 김 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주택 공급을 늘린다 해도 다주택자가 계속해서 주택 보유를 늘릴 수 있는 구조에서는 주택 소유 편중만 심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주택에 대한 수요를 투기적 수요와 실수요로 구분하는 게 중요하다"며 "투기적 수요는 정상적인 시장이 아니어서 투기적인 수요에 맞춰 정부가 주택 공급을 할 경우 공급은 투기적 수요를 부추기는 효과가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다주택 소유자(임대 사업자)가 집을 팔도록 하기 위해 양도소득세를 인하하는 방안에 대해선 부작용을 우려했다.
그는 "양도세 인하는 단기적인 주택매매 효과를 도출할 수도 있으나, 부동산 투자 수익률 제고를 통해 부동산으로의 재원 쏠림 현상을 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제도에 대해선 "보유기간 요건을 강화하고, 고가 주택에 대한 공제 축소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에 대해선 "다주택자에 대한 '핀셋 증세'에 초점을 맞출 경우 주택 수에 따라 세율을 중과하는 방안이 가능하다"며 "다만 주택 서너 채를 합친 것보다 비싼 고가주택 한 채 보유자와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중과 혹은 고율과세 적용을 '다주택'에 국한하면 강남 지역 주택의 선호도가 강화되고 강남 주택 가격 상승의 원인이 돼 다른 지역으로 파급된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민간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해서는 "조세 지원 수준을 재검토해야 한다"며 "다양한 세제 혜택을 악용해 다주택 갭투자, 보증금 반환 거부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주택임대사업자는 전용 면적, 보유 기간에 따라 취득세 면제와 세액 감면, 재산세 면제와 세액 감면, 소득세 세액 감면, 종부세 합산 배제,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와 세액 감면 등의 세제 혜택을 받는다.
김 원장은 현실적인 부동산 가치평가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도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1세대 1주택 비과세 적용 요건을 엄격히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현재는 2년 이상 보유한 1주택을 실거래가액 9억원 이하로 팔 경우 과세하지 않으며, 조정대상지역을 제외하면 비과세 여건에 거주 여부를 고려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1주택자 중에서도 거주는 임차로 해결하고 집값 상승이 기대되는 지역의 주택을 구입해 임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권성오 조세연 부연구위원은 "1세대 1주택 비과세의 거주 요건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것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양도세는 양도가액이 아닌 '양도차익'을 기준으로 과세·비과세 여부를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지금처럼 양도가액을 기준으로 비과세 여부가 나뉘면 세 부담 형평성이 저해된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7억원을 주고 산 주택을 9억원에 팔면 2억원의 양도차익에도 비과세인데, 9억원에 산 주택을 10억원에 팔면 양도차익이 1억원이지만 과세 대상이 된다.
그는 양도차익에서 특정 금액을 공제하는 소득공제제도로의 전환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며, 구체적인 공제 금액에 대해선 '3년간 1억원', '5년간 2억원' 등으로 기간과 금액을 함께 설정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또 고가 1주택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 제도에 대해선 "부동산 처분 시점을 미루게 하는 유인을 제공해 동결 효과를 유발하는 측면이 있다"며 '연분연승법' 도입 등을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철범 고려대 교수는 주택 가격 변화와 소비 사이의 관계에 대해 연구한 결과 "전국 평균 주택가격 상승이 소비 감소로 이어졌다"면서 "부동산 시장 활성화 대책이 소비 진작 효과에 제한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재정패널 데이터를 활용해 실증분석한 결과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부동산시장 담보대출 규제 강화에 소비가 감소하는 차입제약 현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정준호 강원대 교수는 발제에서 현행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볼 때 올해 기준 단독주택(45.0%)이 공동주택(68.1%)에 비해 크게 낮다고 평가했다.
이어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제고할 방안으로 "부동산 거래세와 보유세의 과세 기준을 일원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yjkim8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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