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회장 '장고 중'…승진 최소화 vs 대폭 물갈이 전망 혼재
공격적 M&A로 채무 급증…지주사 인력감축 등 조직정비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재무 안전성에 '경고등'이 켜진 CJ그룹이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자구책을 총동원하며 혹독한 세밑을 보내고 있다.
상반기 CJ헬로와 투썸플레이스 매각에 이어 조 단위의 부동산 매각과 조직 개편까지 이어지면서 사내에 한파가 몰아치는 분위기다.
여기에 차일피일 미뤄진 연말 정기 임원인사가 연내 불발될 가능성까지 점쳐지면서 어수선한 분위기가 계속되는 형편이다.
◇ 인사 지연에 인사 기조도 '설왕설래' = 22일 재계에 따르면 매년 11월을 전후해 실시된 CJ그룹의 정기 임원인사가 올해는 12월 말이 되도록 실시되지 않고 있다.
크리스마스와 새해가 임박해 계열사 대부분이 휴가철로 접어들면서 결국 연내 인사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최근 올라온 인사안을 반려하는 등 장고를 거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해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진 차기 인사 폭과 방향 대해선 시각이 엇갈린다.
그룹이 '비상경영'에 돌입한 상황에서 지난해와 같은 대규모 승진 없이 인사가 소폭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물갈이에 가까운 대대적인 쇄신 인사가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문책이 있을 경우,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 및 오디션 프로그램 조작 사건 관련 책임자 등이 거론된다.
반면 그룹이 경영기조를 내실 강화로 잡은 상황에서 대폭 인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의 대마 밀반입 사건으로 경영승계 작업에 차질이 빚어진 것도 그룹 인사에 제약이 될 수 있다.
◇ 해외 확장 무리했나…계열사·자산 잇따라 매각 = CJ그룹은 최근 2년간 공격적 인수합병(M&A)으로 인해 채무가 급증했다.
앞서 CJ제일제당은 2017년 브라질 사료업체 셀렉타를 3천600억원에, 지난해 미국의 식품업체 슈완스컴퍼니를 2조원에 잇따라 인수했다.
이 때문에 2015년 5조원 수준이던 CJ제일제당의 차입금이 지난해 7조원을 넘어섰고 올해 3분기에는 9조5천억원에 육박했다. 불과 4년 만에 차입금이 2배 가까이 불어난 것이다.
CJ제일제당의 식품 부문 영업이익률은 2016년 7.6%에서 올해는 5%를 밑도는 수준까지 낮아질 전망이다.
슈완스컴퍼니의 미국 내 생산·유통 거점을 활용해 CJ제일제당과 시너지를 꾀하는 청사진이 있지만, 실현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평가다.
여기에 CJ대한통운도 최근 2년간 베트남과 미국에서 3천300억원대의 M&A를 단행하면서 그룹 전체의 채무가 13조원에 달하고 있다.
CJ그룹이 올해 CJ헬로와 투썸플레이스를 잇따라 매각해 1조1천8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확보했지만, 전체 재무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다.
이달 들어서는 서울 가양동 부지와 구로공장 부지, CJ인재원까지 매각하며 추가로 1조1천300억원을 마련했지만, 시장에서는 CJ올리브영 등 추가 매각 대상이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 지주사 인력 절반 감축…채용도 계열사 단위로 = CJ그룹은 정기 임원인사를 실시하는 대로 조직을 추스르고 경영 안정화에 주력할 계획이다.
이미 정기 임원인사에 앞서 지주사와 계열사 간 조직정비를 시작했다.
최근에는 CJ인재원을 포함한 지주사 인력의 절반가량을 계열사로 보내기로 하고 재배치 작업을 대부분 마쳤다.
CJ인재원 인력 감축에 따라 자연스럽게 그룹 차원의 대규모 채용 대신 계열사별 채용으로 채용 방식을 전환하기로 했다.
CJ제일제당은 5천개에 달하는 전체 제품 중 수익성이 낮은 제품 1천개를 단종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실적이 부진한 외식사업의 축소도 준비하고 있다.
CJ그룹 관계자는 "계열사 중심의 책임경영이 강조되면서 내부적으로 다양한 변화가 있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선제 대응이라는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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