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 대선 투표 시작…치열한 3파전 전망(종합)

입력 2019-12-22 18:41  

크로아티아 대선 투표 시작…치열한 3파전 전망(종합)
현 대통령·전 총리·민족주의 가수 접전…과반 득표자 없으면 내년 결선
크로아티아, 내년 6개월 임기의 EU 순회 의장국



(제네바=연합뉴스) 임은진 특파원 = 크로아티아에서 제7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22일(이하 현지시간) 시작했다.
유권자 380만 명은 이날 오전 7시부터 수도 자그레브를 비롯한 전국 곳곳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투표를 진행했다.
모두 11명의 후보가 출마한 가운데 외신들은 이번 대선이 콜린다 그라바르-키타로비치 현 대통령을 포함해 조란 밀라노비치 전 총리와 가수 출신 미로슬라브 스코로의 3파전으로 치러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20일 여론 조사 기관 '프로모치야 플러스'가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중도 우파 크로아티아민주동맹(HDZ) 소속이었던 그라바르-키타로비치 대통령은 27.9%, 최대 야당인 사회민주당의 조란 밀라노비치 전 총리는 26.7%를 기록했다.
무소속의 미로슬라브 스코로는 19.3%로 두 후보를 바짝 뒤쫓으며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크로아티아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인 그라바르-키타로비치는 지난달까지 35%를 넘는 지지율을 기록하며 무난하게 연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최근 연이은 '실수'에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연임 가도에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지난달 부패 스캔들에 휘말린 밀란 반디치 자그레브 시장의 생일 파티에 참석해 노래를 부르며 "감옥에 가더라도 케이크를 가져다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반디치 시장 지지자의 표를 의식한 발언이었지만, 정치권에 만연한 뇌물 수수에 진저리를 치는 민심을 읽지 못해 도리어 표만 깎아 먹은 결과를 낳았다.



여기에 1990년대 민족주의적인 노래를 인기를 끌었던 스코로가 부상하면서 보수 유권자의 표가 나뉜 것도 선거가 치열해진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스코로는 이민자에 대한 강경책, 대통령의 군 지휘권과 외교권 강화 등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HDZ 내 극우파의 표심을 얻고 있다.
이 때문에 그라바르-키타로비치는 재선 출마를 극우 잡지를 통해 발표하는 등 민족주의자들의 환심을 사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 평론가 티호미르 치페크는 AFP 통신에 "HDZ는 분열됐다"며 "유권자 일부가 그라바르-키타로비치를 지지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명확하다"고 분석했다.
보수 표심이 분열하면서 중도 좌파 성향의 밀라노비치 전 총리의 당선 가능성도 이전보다 커졌다.
그는 2011∼2016년 총리를 지낸 인물로, 이번 선거에서 소수 민족에 대한 존중과 사법부 독립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다만 재임 당시 경제를 활성화하지 못했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대선 투표는 오후 7시 종료된다.
과반 득표를 한 후보가 나오지 않을 경우 1위와 2위 후보를 대상으로 내년 1월 5일 결선 투표가 진행된다.
크로아티아에서는 대통령이 국가를 대표하며 국방과 외교를 담당하지만 법률 거부권이 없고 대부분 실권을 총리가 장악하고 있다. 현재 총리는 HDZ를 이끄는 안드레이 플렌코비치가 맡고 있다.
크로아티아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이 돌아가면서 6개월씩 맡는 EU 순회 의장국을 내년 상반기에 맡을 차례로, 이번에 당선되는 후보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등을 이끌게 된다.


engi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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