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맞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 조명 의도"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얼굴 없는 작가'로 유명한 뱅크시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지로 알려진 팔레스타인 베들레헴에 예수의 탄생 장면을 묘사한 작품을 전시해 시선을 끌고 있다.
22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뱅크시는 최근 베들레헴의 한 호텔에 '베들레헴의 상처'라는 이름의 예수탄생 장면을 표현한 성탄 장식물을 선보였다.
작품은 아기 예수와 성모 마리아, 성 요셉 등의 모습을 담아낸 점에서 여느 성탄화(nativity scene)와 비슷하지만, 이들이 거대한 콘크리트 장벽 아래 있다는 점에서 확연히 다르다.
'사랑', '평화' 등 단어가 그라피티로 그려진 장벽에는 별 모양의 총알구멍이 뚫려있다.
작품이 전시된 '월드오프호텔'(Walled Off Hotel)의 매니저인 위삼 살사는 장벽에 뚫린 총알구멍이 이스라엘 분리장벽과 베들레헴 주민들의 삶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그는 "뱅크시는 전 세계에서 크리스마스를 기념할 동안 정작 크리스마스가 탄생한 베들레헴의 주민들은 그러지 못하는 점을 우리에게 기억시켜주려고 한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이 작품은 "사람들에게 크리스마스의 이야기를 다른 방식으로 소개해 더 많이 생각하도록 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이 지난 2000년대 초 팔레스타인의 테러 공격을 막겠다는 명목으로 요르단강 서안지구 내 건설한 분리장벽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의 상징과 같은 건축물이다. 베들레헴은 도시 대부분이 장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팔레스타인은 이 장벽이 자국 주민들을 고립시키고 차별하며, 영토를 빼앗기 위해 건설한 불법 시설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작년 3월 말 가자지구 분리장벽 근처에서 이스라엘의 점령정책을 규탄하는 시위가 시작된 뒤 팔레스타인 주민 300여명이 이스라엘군에 피살되기도 했다.
베들레헴 분리 장벽 바로 옆에 자리한 '월드오프호텔'은 지난 2017년 뱅크시가 직접 개업한 곳이다.
거의 모든 객실의 창밖으로는 장벽 모습밖에 보이지 않아 호텔 측은 '지상 최악의 뷰'를 자랑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건물 내부 인테리어는 뱅크시의 작품들로 장식돼있는데, 대다수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에 관한 것이다.
영국 출신의 백인 남성으로만 알려진 뱅크시는 전 세계 도시의 거리와 벽에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담은 그라피티나 풍자화를 남기는가 하면 유명 미술관에 자신의 작품을 몰래 걸어두는 등 파격적인 행보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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