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보수당·제1야당 노동당 모두 BBC 총선 보도에 불만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이달 실시된 총선에 대한 보도와 관련해 여야 모두로부터 편향 지적을 받은 영국 공영 BBC 방송이 적극 해명에 나섰다.
토니 홀 BBC 사장은 23일(현지시간) 일간 텔레그래프 기고문에서 BBC 뉴스의 정치 편향성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홀 사장은 "이번 총선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영국 내 2천700만명이 BBC 웹사이트를 방문했다. 이는 BBC에 대한 신뢰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고 설명했다.
홀 사장은 "물론 우리는 총선 보도와 관련해 몇몇 비판을 받고 있지만 이는 공영 방송으로서 예상되는 일"이라며 "만약 개선이 필요하고 또 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정치권 모든 편으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두려움이나 편애 없이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그는 "BBC의 미래와 관련한 논쟁은 항상 있었다. 중요한 국가 기관이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이 나라의 창의성은 전 세계 부러움을 받아왔고, 그 중심에는 BBC가 있다"고 강조했다.
BBC는 지난 12일 총선 직후 압승을 거두며 재집권에 성공한 보수당은 물론, 참패를 기록한 노동당으로부터도 비판을 받았다.
보수당은 총선 캠페인 기간 BBC가 브렉시트(Brexit)와 관련해 유럽연합(EU) 잔류 친화적인 편향성을 갖고 있다며 라디오 출연을 거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바 있다.
BBC의 베테랑 언론인인 앤드루 닐은 자신이 진행하는 정치 프로그램에 보리스 존슨 총리가 출연을 거부하자 공개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보수당이 총선 승리 이후 'TV 라이선스'로 불리는 BBC 시청료를 내지 않더라도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자, BBC '손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영국에서는 컬러 TV 보유자는 연간 154.5 파운드(약 24만원), 흑백 TV는 52 파운드(약 8만원)를 의무적으로 내야 한다. 미납부할 경우 범법행위에 해당한다.
노동당 역시 BBC가 제러미 코빈 대표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는 내용을 보도하는 등 불공정한 모습을 보여왔다고 지적했다.
앤디 맥도널드 노동당 예비내각 교통부 장관은 총선 이후 BBC 라디오에 출연한 자리에서 "BBC가 공정하게 행동했다고 주장한다면 나는 그들이 정말로 거울을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BBC의 정치담당 기자인 알렉스 포사이스는 보수당의 과반 확보 승리를 보도하면서 존슨 총리가 "자격이 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BBC 관계자는 해당 기자가 실언을 했다고 인정했다.
로라 쿤스버그 BBC 정치 에디터는 노동당 활동가가 한 병원 밖에서 보수당 보좌관을 공격했다는 '가짜뉴스'를 트위터에 올렸다가 곤경에 처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BBC는 기자들이 사실 확인 전까지 정치 관련 뉴스 속보를 트위터에 올리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BBC의 한 관계자는 "아무도 (BBC의 보도가) 전혀 잘못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면서도 "그러나 우리가 편향돼 있다는 것은 전적으로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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