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프토가스 관계자 "CEO직 제안받고 가스 수출계획 논의 목격"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이자 최측근인 루디 줄리아니와의 친분을 통해 우크라이나에서 사익을 추구하려다 체포된 플로리다 출신 사업가 2명이 공화당 인맥을 앞세워 우크라이나에 천연가스를 수출하는 사업을 추진했다고 AP통신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이 우크라이나의 국영가스회사인 나프토가스의 수장은 물론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까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인사로 교체하려 한 정황도 포착됐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 10월 당국에 체포된 플로리다 출신 사업가 레프 파르나스와 이고르 프루먼의 조직적인 움직임은 지난 3월께 시작됐다는 것이 우크라이나 국영가스회사 나프토가스의 '2인자'인 앤드루 파보로프의 이야기다.
파르나스와 프루먼이 차기 나프토가즈의 수장으로 앉히려 한 파보로프는 AP통신과 인터뷰를 하고 파르나스와 프루먼이 텍사스 휴스턴에서 열린 에너지 관련 콘퍼런스의 부대 행사로 열린 만찬에서 석유 재벌 해리 사전트 3세와 선박 100척 분량의 천연가스를 우크라이나에 수출하는 문제를 논의한 사실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리고 이런 논의가 있던 날 저녁 한 술집에서 파르나스와 프루먼이 자신에게 나프토가즈의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제안했다고 덧붙였다.
파보로프는 파르나스가 "공화당원이냐"고 묻길래 자신이 그렇다고 하자 "그렇다면 당신은 우리 사람"이라고 말했다는 구체적인 대화 내용도 소개했다.
두 사람은 우크라이나와 미국 이중국적자인 파보로프가 CEO 자리에 앉아있으면 자신들의 계획 실현이 좀 더 쉽게 되겠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AP통신은 이들이 파보로프를 CEO에 앉히기 위해 마리 요바노비치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의 축출도 추진했다고 전했다. 요바노비치는 나프토가즈의 부패 척결을 요구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이날 술집에서 파보로프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요바노비치 전 대사를 교체하려 하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파보로프는 이들의 이야기를 처음에는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나 점차 이들이 한 말이 퍼즐처럼 맞아떨어졌다며, 특히 5월에 요바노비치 대사가 임기가 남은 상황에서 해임됐다는 소식에 정신이 퍼뜩 들었다고 말했다.
파보로프는 파르나스와 프루먼이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에서 공화당 전국위원회(RNC)의 재정 담당 부의장이자 릭 페리 에너지부 장관의 주지사 시절 정치 보좌관을 지낸 제프 밀러와 RNC 공동 의장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친구인 토미 힉스 주니어를 소개해준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모임 참석자들은 가스 수출량과 가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는 것이 이에 대해 잘 아는 인사들의 전언이다.
이들은 또 예상하는 수출량을 맞추려면 폴란드에서 우크라이나로 연결된 가스관을 더 확장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나눴으며, 이 자리서 파르나스와 프루먼은 이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줄 '커넥션'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 석달 뒤 페리 장관 대표단이 폴란드를 방문, 폴란드 및 우크라이나와 액화천연가스 대규모 운송에 필요한 기반시설 건설 협약을 체결하는 일이 뒤따랐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에 천연가스를 수출하겠다는 파르나스와 프루먼의 계획은 이들이 체포되면서 물거품이 됐다.
그러나 파보로프의 진술에 등장한 인사들은 한결같이 자신들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전트 3세의 변호인은 AP통신에 보낸 이메일에서 지난 3월 만찬에 참석했을 때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전혀 갖고 있지 않았으며 "전문가 시각으로 해외 시장에서 사업을 운영할 때의 어려움에 대해 전반적인 안내를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밀러 측과 잘 아는 한 인사도 파르나스가 잠재적인 고객을 소개해주겠다고 해 그 자리에 갔을 뿐이며 곧 자리를 떴다고 강조했다.
파보로프는 AP통신에 "파르나스와 프루먼이 미국의 정책 형성과 추진에 '정말 무슨 역할을 했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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