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조기 폐쇄 논란을 빚었던 월성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영구정지가 최종 확정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4일 월성 1호기 영구정지 내용을 담은 운영변경 허가 안을 표결로 확정했다. 위원 간의 견해차로 표결 여부를 놓고도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으나 결국 참석한 7명의 위원 가운데 5명 찬성, 2명 반대로 영구정지 안이 의결됐다. 1983년 상업 운전을 시작한 월성 1호기는 이로써 이미 영구정지 결정이 내려진 고리 1호기에 이어 국내 원전으로서는 두 번째로 임무를 다하고 폐쇄에 들어가는 노후 원전이 됐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은 탈원전 정책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에서 어찌 보면 예견된 수순이었다. 문 대통령이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내세운 원칙은 명확하다. 원전을 새로 짓지 않고, 수명을 다한 원전은 수명연장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문 대통령의 원래 공약은 신고리 5ㆍ6호기 건설도 중단시키겠다는 것이었지만 사업이 꽤 진행된 상황이라 매몰 비용, 법적 다툼 등의 문제가 있어 공론화위원회 결정에 따르기로 했다. 공론화위는 2017년 10월 신고리 5·6호기는 건설은 재개하되 장기적으로 원전 발전 비율은 줄이고 신재생 에너지 비율을 늘리는 것이 좋겠다는 권고를 내놨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신규원전 6기(신한울 3ㆍ4호기, 천지 1ㆍ2호기, 대진 1ㆍ2호기) 건설을 백지화하고 노후 원전 14기의 수명연장 금지 등을 통해 2038년까지 원전을 24기에서 14기로 줄이는 내용의 정부 방침을 국무회의를 통해 확정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월성 1호기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이 지난해 6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을 내리면서 찬반양론이 끓기 시작했다. 월성 1호기는 2012년에 이미 한차례 법적 수명을 다했지만, 원안위가 2022년까지 10년간 수명연장을 승인하면서 그때까지는 전력생산이 가능했다. 수명 연장을 위한 안전설비 보강 비용으로 5천600억원의 세금이 들어갔다. 안전보강을 위해 이런 거액의 혈세가 투입됐던 수명연장을 승인했던 원안위가 몇 년 만에 조기 영구 폐쇄를 결정한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한수원이 조기 폐쇄 결정의 이유로 내세운 경제성 부족을 두고도 논란이 많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당시 강화된 안전기준에 따라 계속 운전하는 것은 경제성 면에서 바람직하지 않아 조기 폐쇄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한수원이 경제성을 평가한 데이터가 왜곡 조작됐다는 의혹이 일면서 논란이 커졌고 결국 국회에서도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10월, 11월에 월성 1호기 영구정지 안건이 원안위에 올라갔으나 논란 끝에 처리가 불발된 이유도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탓이 가장 컸다. 영구정지를 결정해놓고 감사원 감사 결과가 한수원 경제성 평가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오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어서다.
국무회의까지 거쳐 정부 방침이 확정된 마당에 한수원이라고 다른 방법은 없었을지 모르겠다. 다만, 안전을 위한 시설보완에 거액의 국민 혈세가 들어갔고, 어차피 불과 2년 뒤인 2022년이면 폐쇄하는 상황에서 서둘러 영구 폐쇄할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월성 1호기는 지금도 가동이 중단된 상태여서 영구폐쇄라는 공식 '사망 선고'까지 내릴 필요가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차라리 여름에 폭염이라도 오거나 또 다른 전력수요 폭증 때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결정을 미룬 채 대기해놓는 것도 나쁘진 않았을 것이다. 이미 영구정지 결정이 나온 뒤에 나올 감사원의 경제성 평가 감사 결과도 이제 무슨 의미가 있겠나. 여러모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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