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태국 총리실을 출입하는 정치부 기자단이 태국 정부와 각료에 촌철살인의 별명을 지어 눈길을 끌었다.
25일 온라인 매체 더 네이션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태국 총리실 출입 기자단은 연말을 맞아 정부와 각료에 붙인 별명을 공개했다.
현지의 오랜 전통이지만 지난 6년간은 못했다. 2013년은 태국이 반정부 시위로 몸살을 앓을 때여서 건너뛰었고,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군부가 통치해 불가능했다.
기자단은 쁘라윳 짠오차 총리가 이끄는 연립정부에 '시엥꽁 정부'라는 별명을 붙였다. 시엥꽁은 중고 자동차 부품을 싼값에 파는 상가가 몰려 있는 태국 방콕 시내 지명이다. 이전 정부에서 일했던 관료와 노정객으로 구성됐음을 꼬집은 것이다.
쁘라윳 총리에게는 '술 취한 권투선수'라는 별명을 붙였다. 최저임금 인상 등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정책을 비난하다가 슬쩍 받아들이거나 야권의 질문 공세에 갈팡질팡하는 등의 모습을 표현했다.
'쁘라차랏 프로젝트'로 불리는 사회복지 정책들을 대부분 성공적으로 펼치지 못한 데다가 최근 제시한 정책이 정부 안에서도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 솜낏 부총리에게는 '미스터 쁘라차랏'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위사누 부총리는 법규의 허점을 잘 찾아 위기를 모면하는 재주가 있다는 취지로 태국 고전소설에서 사기꾼 등으로 등장하는 인물인 '스리 타논차이'에 비유됐다.
쭈린 부총리 겸 상무부 장관은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다른 정당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자신이 속한 민주당의 정책을 주로 지지하는 성향을 보여 '독립 정부'라는 별명을 얻었다.
농약사용 금지로 거센 비판을 받은 아누띤 부총리 겸 보건부 장관에게는 '쥐약'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명쾌하지 않은 학력 문제 등으로 스캔들에 휩싸였던 타마낫 농업부 차관에게는 '미스터 회색지대'라는 별명이, 교통정책에 급격한 변화를 추구하는 삭시암 교통부 장관에게는 '파괴자'라는 별명이 각각 생겼다.
와라웃 천연자원환경부 장관에게는 취임한 후 멸종 위기에 있는 야생동물이 죽는 일이 많았다는 뜻에서 '장의사'라는 별명이 붙여졌다.
이에 대해 쁘라윳 총리는 "이런 식으로 별명을 붙이면 일할 사기가 생기겠느냐"고 반문한 뒤 "내가 직무에 헌신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면전에서 직접 비난하라"고 말하는 등 불쾌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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