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성탄절 축하 물결…최루탄·자연재해 얼룩진 곳도

입력 2019-12-25 18:06  

지구촌 성탄절 축하 물결…최루탄·자연재해 얼룩진 곳도
교황 "무조건적인 사랑" 메시지…베들레헴에 순례객 쇄도
홍콩 시위대·경찰 충돌…산불에 물난리 겪은 지역도 속출

(서울=연합뉴스) 정윤섭 기자 = 지구촌 각국은 성탄절을 맞아 아기 예수 탄생과 사랑의 의미를 되새겼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하지만 일부 국가는 정치적 이슈와 자연재해로 몸살을 앓으며 침울한 성탄절을 보내야만 했다.



◇'무조건적 사랑' 전한 교황…트럼프, 펠로시에 불편한 심경 표출
프란치스코 교황은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24일(현지시간) "하느님은 최악의 상황에 놓인 우리들까지 언제나 사랑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교황은 이날 바티칸 성베드로대성당에서 집전한 성탄 전야 미사에서 성탄절은 하느님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날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예수 그리스도의 출생지로 알려진 팔레스타인의 베들레헴도 전 세계에서 온 순례자들로 북적였다.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자리한 베들레헴에선 이날 이른 아침부터 크리스마스 축하 행사들이 개최되며 국내외 방문객들이 모여들었고, 예수가 탄생한 장소로 알려진 예수탄생교회 내 동굴을 관람하기 위해 줄을 지어 기다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크리스마스 연휴를 맞아 별장인 플로리다의 마러라고 리조트를 찾았지만, 최근 하원의 탄핵소추안 의결에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 의결을 주도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위해 기도했는가'라는 기자들의 집요한 질문에도 즉답을 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메리 크리스마스", "우리는 대단한 한해를 맞이할 것이다. 감사하다"는 답변을 되풀이했다.

◇ 4월 화재 여파로 200년 전통의 노트르담 성탄미사 중단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은 지난봄 발생한 화재 여파로 216년 만에 처음으로 성탄 미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파트리크 쇼베 노트르담 대성당 주임신부는 인근 생제르맹 록스루아 성당에서 크리스마스이브에 자정 예배를 집전했다.
700㎞ 떨어진 지방에서 올라온 16세 소녀 줄리엣은 AFP에 "노트르담 미사와 같은 느낌은 아니지만, 이 또한 성탄 미사"라며 아기 예수 탄생의 의미를 기렸다.
산타클로스의 선물을 손꼽아 기다리는 아이들을 향해 우주에선 '산타 위치 추적'의 메시지를 지구에 발신했다.
국제우주정거장(ISS)의 미국 우주비행사 앤드루 모건 대령은 이날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의 트위터 영상을 통해 "산타가 현재 인도 상공에서 남쪽으로 가고 있다는 시각적 확인자료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NORAD의 연례 산타추적 행사에 우주비행사가 동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최루탄 연기 뒤덮인 홍콩…스리랑카에선 철통 경계 속 미사



민주화 시위가 7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홍콩에선 최루탄 연기가 성탄 이브 도심을 뒤덮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수백, 수천명의 시위대는 홍콩 도심 거리와 대형 쇼핑몰에서 민주화 확대를 요구했고, 경찰이 강제진압에 나서면서 최루탄과 화염병이 오가는 격렬한 공방이 벌어졌다.
스리랑카에서는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 성탄 미사가 진행됐다고 dpa 통신이 보도했다.
지난 5월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부활절 연쇄 폭탄 테러를 일으켜 268명의 목숨을 앗아간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기 때문이다.
미사가 거행된 성당과 교회 주변에선 무장 경찰이 배치돼 삼엄한 경계 활동을 펼쳤고, 스리랑카 가톨릭의 수장인 말콤 란지티 추기경은 테러 표적 가운데 한 곳이었던 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했다.

◇자연재해에 우울한 성탄절…폭염과 산불, 태풍에 몸살



남반구의 호주에선 피서객들이 해변에 모여 성탄절을 맞이했지만, 폭염이 최악의 산불재난을 더욱 확산시킬 것이라는 걱정이 더욱 컸다.
호주 기상국은 금주 말 서부 시드니 기온이 45도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dpa 통신은 "성탄절 아침에 비가 내렸지만, 시드니 서부 지역의 거대한 두 개의 산불이 합쳐질 수 있다는 우려를 잠재우는 데 실패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칠레의 항구도시 발파라이소 인근에서도 산불이 발생해 최소 120가구가 피해를 보았고, 주민 대피령이 떨어졌다.
산불 피해와는 정반대로 이탈리아의 수상 도시 베네치아는 성탄 이브에 물난리를 겪었다.
관광객들이 많이 몰리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조수 수위가 치솟아 도시의 절반이 물에 잠기자 베네치아 당국에는 비상이 걸렸다.
필리핀에는 시속 195㎞에 달하는 돌풍과 폭우를 동반한 태풍 '판폰'이 상륙하며 4천명 이상의 주민이 대피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국내선 항공기 가운데 최소 83편이 결항한 데 이어 여객선 운항도 중단되면서 승객 2만3천700여명의 발도 묶였다.
jamin7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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