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러시아의 대선 개입시 러 관료·재벌 겨냥한 사이버전략 검토"
2016년 미 대선 때 러시아 해킹사건 발생…"경고 메시지 보낼 듯"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미국 사이버사령부(USCC)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러시아의 선거 개입에 대비해 러시아 정부 관료 및 재벌을 상대로 한 정보전을 검토 중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정부의 전·현직 관리들에 따르면 USCC는 러시아가 미국의 선거 시스템에 침입하거나 불화를 확산하는 등의 방법으로 미 대선에 개입할 경우 러시아 정부 관료나 재벌을 공격하는 맞대응 전술을 구사할 전망이다.
미 대선 개입 시도를 중단하지 않는다면 이들을 상대로 민감하고 개인적인 정보가 공개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는 전략이다.
정부 관료 중에선 안보와 군사 분야의 주요 지도자가 타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할 경우 과도한 도발로 해석될 수 있어 주변인을 대상으로 한 우회 공격을 택한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2016년 미 대선 당시 민주당 전국위원회(DNC)와 힐러리 클린턴 대선 후보 캠프의 이메일 수천건이 해킹돼 폭로 전문 사이트인 위키리크스를 통해 공개됐는데, 러시아 정보 요원들이 해킹에 개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 관리들은 정보전의 자세한 내용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이에 대해 잘 아는 관계자들은 '당신들을 주시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동시에 미국이 제한적인 사이버 작전을 구사하거나 특정한 시스템 및 계좌에 접근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후속 조치가 뒤따른다는 경고를 보낼 것이라고 전했다.
미 텍사스 오스틴대 법학대학원의 바비 체스니 교수는 "개인적으로 행해지는 경제 제재 같은 것으로, '주요 결정자'에게 만약 적대적인 행동을 취하면 그들도 위험에 처하게 된다는 믿을 만한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미군은 오래전부터 이런 심리적 전술을 사용해왔다. 이라크전에서 수십만장의 전단을 살포해 이라크 병사들이 항복하도록 설득하는 등의 방식도 이런 전술의 일환이다.
하지만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전략의 범위나 정교성이 더욱 요구되는 상황이다.
체스니 교수는 미군이 "지난 10년간 전통적인 정보전과 사이버 작전을 통합하는 제대로 된 임무를 수행하지 못했다"며 USCC의 이같은 전략 수립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러시아가 보여줬듯 이 두가지(전통적인 정보전과 사이버 작전)는 현실에서 점점 더 떼어놓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합동특수작전사령부 등 미군 내에는 사이버 전쟁을 담당하는 조직이 있기는 하지만 선거 개입 차단에 주안점을 둔 기관은 USCC가 처음이다.
지난해 미 의회와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에 적대하는 사이버 활동을 차단하기 위한 작전을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사이버 사령관의 재량권을 넓혀줬다. 여기에 더해 폴 나카소네 사이버 사령관이 나서 군사 작전에 사이버 공격 능력을 결부시킨 것이 이런 전략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USCC는 작년 가을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의 소셜미디어를 무대로 허위 정보를 전파하는 러시아의 온라인 여론조직인 '트롤'을 추적했는데 이 트롤은 푸틴 대통령과 가까운 러시아 재벌이 소유한 '인터넷 리서치 에이전시'(IRA)가 운영하던 것으로 파악됐다.
USCC는 그러나 내년 대선을 앞두고 실시하는 새로운 정보전에선 러시아 사회에 영향을 주는 선택은 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푸틴 대통령의 언론 및 사회 장악력을 볼 때 성공 가능성이 크지 않아서다.
일각에선 USCC의 새 전술이 푸틴 대통령이 가장 두려워하는 대중 폭동은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주요 관료들의 의사결정 계산을 바꿀 것이라는 점에서 효율적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사이버 작전이 상대의 행동을 바꾸기에는 충분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고위급 국방정책 관료였던 마이클 카펜터는 "우리가 지켜보고 있으며 더 나아가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메시지를 줄 수는 있겠지만, 제재와 같은 다른 수단이 결부돼야 더 효율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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