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의 해상 단속 강화 때문인 듯…살비니 강경정책도 한몫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올해 이탈리아에 유입된 이주민·난민 수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현지시간) dpa 통신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24일 현재까지 이탈리아에 들어온 이주민·난민 수는 총 1만1천439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2만3천210명에 비하면 50.7%, 2017년 11만8천914명에 비해선 90.3% 각각 감소한 것이다.
국적별로는 튀니지가 가장 많고 파키스탄, 코트디부아르 등의 순이었다.
이처럼 이주민·난민 유입이 급감한 것은 우선 2017년 리비아와 맺은 난민 방지 협약에 따라 리비아 당국의 해상 단속이 강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탈리아는 협약 이후 단속의 실효성을 높이고자 리비아 해안경비대 측에 각종 설비와 자금을 지원해왔다.
이후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가고자 리비아를 출항했다가 해상에서 적발돼 돌려보내지는 사례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제 인권단체들은 이렇게 돌아온 이주민·난민들이 리비아 내 불법 구금시설에 갇혀 갖은 학대와 고문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이 협약이 현재 자행되고 있는 인권침해의 시발점이 됐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극우 정당 동맹 소속 마테오 살비니의 강경 난민 정책도 이주민·난민 수 급감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살비니는 내무장관으로 있던 작년 6월부터 올 8월까지 지중해에서 구조한 이주민·난민들을 태운 국제구호단체 선박의 이탈리아 영해 진입을 원천 금지해 국내외에서 큰 비난을 받았다.
이주민·난민을 가득 태운 선박이 입항할 곳을 찾지 못해 한 달 넘게 해상에서 머무는 일도 있었다.
지난 8월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의 연정 붕괴를 선언하며 정국 위기를 자초한 살비니는 한 달 뒤 오성운동이 중도좌파 성향의 민주당과 새 연정을 구성하면서 내무장관직을 잃었다.
새 연정은 이주민·난민을 받아들이는데 다소 유화적인 태도를 보인다.
다만, 구조선에 탄 이들을 이탈리아만 수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유럽연합(EU) 차원의 대책을 요구해 현재 이탈리아에 입항한 구조선 내 이주민·난민들을 EU 회원국별로 자동 배분하는 시스템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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