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소네·고이즈미, 장기 집권에도 교만 없었다" 지적
여론조사에서 포스트 아베 1순위…국회의원 지지층은 부족
아베, 재집권 초기에는 이시바 포섭하다 최근 철저히 배제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정치적 라이벌이자 차기 일본 총리 유력 후보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은아베 총리가 각종 의혹에 관해 솔직하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27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시바 전 간사장은 전날 오후 인터넷 방송에서 자신과 아베 총리의 차이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국민을 향해 진지하게 정면에서 말하는가 어떤가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정권이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정권은 장기 집권했음에도 "해이함이나 교만함이 없었다"며 "(아베) 총리처럼 잘 피하는 것도 정치가의 자질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못 한다"고 비꼬았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아베 총리가 주최한 '벚꽃을 보는 모임'을 둘러싸고 여러 의혹이 제기되는 것에 관해 "세금으로 개최한 것이므로 정보는 가능한 한 납세자에게 공개해야 한다"며 그간 아베 내각이 내놓은 설명이 부족하다는 인식을 표명했다.
아베 정권은 반사회적 세력이나 다단계 판매로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한 기업가를 벚꽃을 보는 모임에 초청하는 등 정치적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이 행사를 멋대로 운용했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2021년 9월 아베 총리의 자민당 총재 임기가 끝난 후 차기 자민당 총재를 노리는 이른바 '포스트 아베' 주자 중 한명이다.
집권당 총재가 되는 것은 일본 총리가 되기 위한 사실상의 필요조건이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차기 대권을 목표로 아베 총리와 거리 두기를 하고 있으며 26일 발언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그는 자민당 재집권 직전인 2012년 9월 총재 선거와 작년 9월 총재 선거에서 아베 총리와 맞붙었다.
이시바는 2012년 총재 선거 때는 국회의원 표와 당원·당우(당원은 아니지만, 당의 정책에 찬동하는 외부 인사) 표(일명 지방 표)를 합산해 합산해서 겨루는 1차 투표에서는 아베 총리보다 더 많은 표를 얻었으나 국회의원 표로만 승부를 가르는 결선 투표에서 밀렸다.
2015년 총재 선거에는 아무도 출마하지 않아 아베 총리가 무투표로 총재 재선을 달성했고 작년 대결에서는 아베 총리가 국회의원 표와 지방 표에서 모두 아베 총리가 이시바 전 간사장보다 앞섰다.
아베 총리는 재집권 초기에는 이시바를 자민당 간사장, 지방창생담당상 등으로 기용했으나 최근 개각에서는 이시바 본인은 물론 이시바가 이끄는 이시바 파벌 소속 국회의원을 한명도 각료로 기용하지 않는 등 철저하게 배제했다.
이런 가운데 이시바 전 간사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총리 후보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아사히(朝日)신문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시바 전 간사장은 차기 총리로 적합한 인물이 누구냐는 물음에서 23%의 지지를 받았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정조회장,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 고노 다로(河野太郞) 방위상,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후생노동상,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환경상 등을 모두 눌렀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9월 조사에는 18%의 지지를 받았다.
아베 정권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면서 이시바에 대한 지지도가 다소 높아지는 양상이다.
그는 26일 인터넷 방송에서 보여준 것처럼 아베 정권의 최근 움직임에 관해 쓴소리하며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만 아베 총리를 비판하는 것이 앞선 총재 선거에서 그의 취약점으로 꼽힌 국회의원 표 확보에 도움이 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이와 관련해 아사히신문은 "총리 비판을 불사하는 이시바 씨의 발언에 눈살을 찌푸리는 자민당 의원도 많다. 그런 행동이 의원 지지 확대를 방해한다고 이시바 씨의 주변에서는 우려한다"고 최근 분석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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