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운용위,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 의결
'주주제안 철회 가능' 단서조항 추가…"장기수익·주주가치 제고"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국민연금 최고 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이하 기금위)는 27일 국민연금의 경영 참여 목적의 주주권 행사 대상 기업과 범위, 절차 등을 규정한 가이드라인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가이드라인은 횡령·배임·사익편취 등으로 기업가치가 추락했는데도 개선 의지가 없는 투자기업에 대해 국민연금이 이사해임, 정관변경 등을 요구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금위 위원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1년간 장기간에 걸쳐 주주권행사 관련 논의를 해온 만큼 가이드라인의 전반적인 내용을 의결했다"며 "완벽하진 않지만 시행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조항이 있으면 언제든 시정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의결된 가이드라인에는 경영계 입장을 반영해 주주제안을 철회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이 추가됐다.
박 장관은 "기업을 보호할 수 있는 측면에서 주주제안 자체를 철회할 수 있다는 추가 단서조항을 넣었다"며 "이를테면 주주 제안 대상에 오른 기업이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산업계 전체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해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행사로 산업계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으면 주주 제안을 아예 하지 않거나 철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는 관점에 따라 (단서조항 추가를) 후퇴했다고 볼 수 있겠지만 제도적 장치 마련이라고 보면 된다"며 "재계나 산업계에서는 안정성을 위해 해당 조항이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서조항이 적용되는) 산업적 특성 등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는 사례별로 전문위원회에서 고려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의결 과정에서는 주주활동 대상인 '중점관리사안', '예상하지 못한 우려사안' 항목도 변경됐다.
기존에 예상하지 못한 우려사안에 해당하던 '기금운용본부의 정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서 2등급 이상 하락해 C등급 이하를 받은 경우'는 '중점관리사안'으로 분류됐다. 기금운용본부의 ESG 등급을 사전에 알 수 없어 대응이 어렵다는 경영계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박 장관은 "중점관리 사안으로 본다는 건 기업에 대해 더 신중하게 접근한다는 뜻"이라며 "예상하지 못한 우려사안은 2단계를 거치는데 중점관리사안은 4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더 장기적으로 대안을 찾는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ESG 평가방식이나 내용이 확정이 안 된 상태여서, 1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2021년 이후에 시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또 시민단체 측 입장을 반영해 1년으로 설정된 수탁자책임활동 기간을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나 기금위가 필요하다고 한 때에는 단축하거나 바로 다음 단계로 이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박 장관은 "예를 들면 중점관리 사안에는 4단계가 있는데 한 단계마다 1년이 걸린다면 오랜 시간이 걸려 기업가치가 너무 크게 훼손돼 대화나 주주가치 제고가 의미가 없어질 수 있다"며 "이럴 경우 기금위에서 의결을 통해 좀 더 빠른 속도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기금위는 가이드라인에 국민연금의 주주활동 목적은 장기수익 및 주주가치 제고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주주 활동 대상을 선정할 때 해당 기업의 산업적 특성과 기업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내용을 담았다.
박 장관은 가이드라인 마련 목적이 '기업 길들이기'가 아닌 장기수익 및 주주가치 제고라는 점을 한 차례 더 강조했다.
그는 "가이드라인은 국민연금을 더욱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며 "국민연금이 불가피하게 주주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도 자의적으로 결정하지 않도록 원칙과 기준을 투명하게 만들어 주주활동에 대한 시장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이드라인을 준수해 주주활동을 충실히 이행하면 우리나라 자본시장도 건강하게 발전해 대외적 신뢰도도 한 단계 높아질 것"이라며 "이로 인해 국민연금의 장기수익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금위는 위원장인 박능후 복지부 장관과 정부 인사 5명, 사용자 단체와 가입자 단체 등에서 추천한 인사 14명 등 총 20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날 회의에는 일부 사용자 단체 대표들이 가이드라인이 기업경영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등 기업 길들이기 목적이 있다고 반발하며 불참했다.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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