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단체들, 국민연금 가이드라인 의결에 "강력한 우려"(종합)

입력 2019-12-27 16:21  

경제단체들, 국민연금 가이드라인 의결에 "강력한 우려"(종합)
경총·전경련·상장사협의회 등 강력 반발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박진형 기자 = 경제단체들은 27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도입한 데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기금운용위 결정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보건복지부가 경영계의 거듭된 우려 표명에도 불구하고 민간기업 경영개입 목적의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 도입을 의결했다"며 "실물경제가 부진한 상황인 데다 국가적 시급성이 없는 사안임에도 무리하게 의결을 강행해 극히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경총은 "독립성이 취약한 현행 기금위 구조를 감안할 때 앞으로 정부는 물론 노동계와 시민단체도 국민연금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민간기업의 정관 변경, 이사 선·해임 등 경영에 개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고 우려했다.
경총은 복지부가 가이드라인의 목적이 국민연금의 장기 수익과 주주가치 제고에 있다고 말하지만, 실제 주주가치는 시장에 의해 평가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특정 기업에 대한 국민연금의 경영개입은 그 자체로 시장에 부정적 시그널을 줄 가능성이 크고 기업 경영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개연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경총은 "경영계는 공적 연기금인 국민연금이 주 수입 원천인 기업을 압박하는 데 앞장서게 된 점에 참담함을 느낀다"며 "'국민 노후생활 보장'이라는 본연의 역할에 따라 경영 중립적 투자 결정을 통한 수익률 제고에 충실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가이드라인 실행에 앞서 노동계와 시민단체 등 외부로부터의 정책 영향력을 중화시킬 수 있도록 기금위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선결적으로 담보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이날 의결된 가이드라인이 내용과 절차에서 모두 문제가 있다며 반발했다.
전경련은 "기금조성의 핵심 주체인 기업 의견을 묵살하는 가이드라인 내용도 문제지만 기금운용위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식 강행 절차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전경련은 지난달 29일 기금운용위 개최 당시 경제계가 국민연금이 보유 주식을 활용해 기업 지배구조와 경영에 개입하는 것에 강력한 우려를 표명하고, 주주권 행사 강화에 앞서 기금운용위 독립성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음에도 이날 원안에 가까운 수정안을 통과시켰다고 비판했다.
전경련은 "국민연금의 기업경영 개입과 지배구조 간섭이 늘면 신산업 진출과 일자리 창출에 매진해야 할 기업들의 경영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고, 결국 우리 경제의 활력도 잃게 될 것"이라며 "국민의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오늘 통과된 가이드라인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도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 약화 등으로 기업 경영권 보호가 절실한 시점에 정부가 국민연금까지 동원해 우리 기업을 옥죄는 시책을 무리하게 추진해서는 안 된다"며 깊은 유감을 나타냈다.
상장사협의회는 "기금위가 정부로부터 독립성이 취약하고 노동계와 시민단체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한 구조"라며 "기금운용의 독립성·전문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국민연금 지배구조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국민연금이 기업 자율성을 외면한 채 모호한 잣대와 재량적 판단에 의해 지속적으로 경영에 개입할 경우 순수한 주주권 행사로 보기 어렵다"며 "국민연금은 시장원리에 순응해 수익성 제고를 위한 투자를 우선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가이드라인 제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기업경영에 심각한 위협을 주는 제도를 도입하면서 별도의 통제장치를 마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한상의 이경상 경제조사본부장은 "'국민연금 리스크'는 기업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보건복지부는 내년도 주총 시즌 전에 보완 장치를 반드시 마련하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예측치 못한 돌발 사안'이란 발동기준이 불분명한 만큼 특별결의 등 남용방지책을 마련하고, 이사해임과 집중투표제 도입, 감사위원 분리선임, 위임장 경쟁 등에 특별결의 등 통제장치를 둬야 한다고 제언했다.
d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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