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가이드라인 확정에 전문가들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

입력 2019-12-27 15:53   수정 2019-12-27 15:54

국민연금 가이드라인 확정에 전문가들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
"기업우려 불식 위해 독립성·투명성·전문성 강화해야"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곽민서 기자 = 주식시장의 '큰손' 국민연금이 27일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확정함에 따라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이번 결정에 대해 대체로 기업·주주가치 제고 및 자본시장 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윤진수 기업지배구조원 사업본부장은 "국민연금이 책임투자의 방향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시장과 소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측면에서 이번 결정은 진일보한 조치"라고 밝혔다.
그는 "기존에는 기관의 책임 투자를 위한 뚜렷한 체계가 없었으나 이제 투자가 실제로 가이드라인에 따라 이뤄지는지 시장이나 연금 가입자들이 감시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그간 기업들이 국민연금에 대해 경영권 도전 등 막연한 우려를 품을 수 있었으나, 이번 가이드라인 마련으로 기업들의 불필요한 오해를 다소 줄일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의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가이드라인을 밝힘으로써 시장에 예측 가능성을 부여했다는 측면에서 충분히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주주권이 적정하게 행사되면 우리 기업의 지속가능성이 나아질 여지가 충분히 있다는 것이 시장 전반의 시각"이라며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통해 이 같은 부분에서 개선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본부장도 "주주권을 행사하기 위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 도입 취지를 살리는 실질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이번에 확정된 가이드라인은 특히 횡령·배임·사익편취 등으로 기업가치가 추락했는데도 이를 개선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 국민연금이 이사해임, 정관변경 등의 주주 제안을 할 수 있게 했다.
국민연금은 이 같은 위법행위와 관련해 3심인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기다리지 않고도 기업가치나 주주권익이 훼손됐다고 판단할 경우 적극적 주주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기업 지배구조 개선 추진 민간단체인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의 류영재 회장(서스틴베스트 대표)은 "재판 결과가 확정되지 않아도 기업가치에 실제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서 투자자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다만 정부가 국민연금을 통해 기업 경영에 개입할 수 있다는 우려 등을 떨치기 위해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 과정의 독립성·투명성·전문성을 한층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황세운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적정히 행사하려면 지배구조의 독립성이 확보돼야 하는데 이에 대해 재계를 중심으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따라서 기금운용본부의 지배구조를 지금보다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진수 본부장은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기업가치·자본시장 건전성 제고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뤄지는지 모니터링 및 활동 보고 등을 통해 시장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상희 본부장도 "국민연금은 주주 활동 대상 기업 선정 및 행사 절차의 투명성 및 객관성 확보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며 "국민연금이 실제 주주 제안까지 가지 않더라도 기업 스스로 자정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류영재 대표는 "가이드라인을 잘 운용하기 위해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 등의 역량이 중요하다"며 "기업 경영 등 '실전' 경험을 통해 해당 산업 및 기업의 특성을 잘 이해하는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이 들어가야 기업 측 논리에 일방적으로 끌려가지 않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경영계 입장을 반영해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면 주주 제안을 철회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이 추가된 데 대해 '불필요한 기업 눈치 보기'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류영재 대표는 "국민연금이 주주 제안을 내놓기 전에 먼저 해당 기업과 비공개 대화 및 공개 대화 등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여기에 약 2년 정도 걸린다"며 "특수한 사정이 있다면 애초 주주 제안까지 가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같은 절차를 거쳤음에도 주주 제안까지 갔다는 것은 기업가치 훼손 문제가 있다고 인정됐기 때문"이라며 "그런데도 주주 제안 철회를 가능하게 한 것은 재계의 반발을 의식해 불필요한 조항을 추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jh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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