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회의 결과, 신년사 가늠자…美대선국면서 '화염과 분노' 회귀 기로
1월8일? 2월16일?…美 '노(No) 성탄선물' 속 '새해선물' 가능성 대비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미국은 28일(현지시간)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열린 북한의 노동당 전원회의 개최에 촉각을 세우며 그 결과를 예의주시했다.
북한이 공언한 '성탄절 선물'이 아직 현실화하지 않은 가운데 '연말 시한'을 목전에 두고 열리는 이번 전원회의와 그에 이어지는 내년 1월 1일 김 위원장의 신년사가 '새로운 길'의 윤곽을 드러내는 중대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북미가 극적 돌파구 마련 없이 '연말 시한'을 넘기게 된 가운데 북한이 강경노선을 택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려온 상황에서다. 이 경우 북미정상의 톱다운 케미에 기반해 해빙을 맞았던 북미관계가 '화염과 분노' 시절로 돌아갈 수도 있어 '폭풍전야'의 긴장감도 감지되고 있다.
미 당국은 이날 전원회의 개최와 관련, 즉각적 반응을 자제한 채 일단 신중 모드를 견지했다. 아직 구체적 회의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데다 2일 차 회의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연말을 보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관련 보고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역대 최대규모에 이틀 이상 진행되는 이례적인 회의 형식은 그만큼 현 대치국면에 대한 북한의 엄중한 인식을 드러내는 대목으로 볼 수 있어 미 당국도 긴장감 속에 지켜보는 분위기이다.
현재 미 당국의 최대 관심은 북한이 언제, 어떠한 '행동'을 할 것이냐이다. 이는 결국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고강도 도발로 레드라인을 밟을지 여부로 수렴된다.
미국은 이 때문에 이번 전원회의에서 '핵실험 및 ICBM 시험발사'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던 지난해 4월 전원회의 결정을 뒤엎느냐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또한 북측이 이날 '국가의 전략적 지위와 국력'을 강화하는 노선을 예고한 가운데 핵보유국 지위를 재차 거론하면서 핵 무력 강화 선언 등을 할 경우에도 비핵화 논의는 당분간 원점으로 돌아갈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외신들도 이번 전원회의가 연말시한을 앞둔 시점에서 '자위적 국방력' 강화방안을 논의한 당 중앙군사위 확대 회의가 열린 지 약 일주일 만에 개최된 것이라는데 의미를 부여하며 그 결과를 주목했다.
AP통신은 "북한이 흔들리는 대미 외교를 버리고 중대 무기 시험에 대한 모라토리엄 종식을 선언하는 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면서 이번 전원 회의가 집중적인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AFP통신은 "이번 전원회의는 북한이 ICBM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광범위한 추측이 제기된 가운데 열린 것"이라고 전했다.
전원회의 결과는 전세계의 이목이 쏠린 김 위원장의 신년사 메시지의 방향과도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이 더욱 주목하고 있다.
특히 북한의 이달초 '성탄절 선물' 예고에 ICBM 도발 등의 가능성에 대비, '모든 옵션'을 거론하며 높은 대비태세를 유지해온 미 당국은 성탄절이 조용히 지나가자 '성탄 선물'이 '새해 선물'이 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응 방안을 다시 가다듬는 모양새이다.
미국이 '북한의 행동' 시점과 관련, 주시하는 양대 기점은 김 위원장의 생일인 내년 1월 8일과 부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2월 16일(광명성절)이라고 WSJ은 보도했다.
일부 한국 당국자들 사이에서 북한이 당장 판을 깨기보다는 2월 16일 무렵까지는 중대무기 시험을 '보류'한 채 미국의 태도 변화를 기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과 맞물려 당초 '연내 고강도 도발'에 무게를 뒀던 미국의 예측도 바뀌었다는 것이다.
실제 미 조야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강경노선을 선언하며 '말'의 수위를 한층 높이더라도 북한이 당분간 대화의 문을 완전히 닫아두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선'을 넘는 행동을 할 경우 최대 우방인 중국이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점도 북한으로선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탄절을 하루 앞둔 지난 24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시 "아주 성공적으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지만, 북한의 도발시 대북성과를 최대 외교치적으로 내세워온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대선국면에서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북한의 최종 선택을 놓고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국무부 북한정보분석관 출신의 로버트 칼린 미국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CISAC) 객원연구원은 이날 북한전문매체 38노스에 기고한 '폭풍에 대한 대비:북한의 불길한 침묵'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대미 압박 발언을 쏟아내던 북한이 지난 15일부터 극도로 기이할 정도로 조용해졌다면서 "북한의 침묵은 폭풍 직전의 불안한 고요"라고 평하기도 했다. 다만 이 글은 북한의 전원회의 소집 발표 전에 나온 것이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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