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통신 "성학대 성직자들 명단 통째로 누락"…교구측 "실수였다"
희생자 단체 "투명하게 조사해야"
(서울=연합뉴스) 정윤섭 기자 = 아동 성 학대 범죄를 저지른 미국의 사제 900여명이 가톨릭 교구와 수도회가 공개한 아동 성 학대 성직자 명단에선 제외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AP 통신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P 통신은 아동 성 학대 성직자 추적단체인 '비숍어카운터빌리티'가 구축한 자료, 관련 소송과 거주지 정보, 대배심 보고서, 언론 보도 등을 토대로 기존에 공개된 명단과 대조한 결과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AP에 따르면 강간, 아동 포르노물을 받거나 본 행위, 아동 유혹 등의 혐의를 받는 900여명의 성직자는 가톨릭교회가 공개한 아동 성범죄자 명단에선 빠져 있었다.
아동 성범죄 희생자들로부터 오랜 비판을 받아왔던 가톨릭교회는 지난 2년에 걸쳐 5천300명의 아동 성 학대 사제 명단을 발표했지만, 그 명단이 불완전하다는 점이 드러난 셈이다.
자신의 교구에서 활동하는 동안 아동 성 학대를 자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름이 공개되지 않는 사례는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고 AP는 전했다.
또한 나머지 아동 성 학대 사제들은 해당 교구의 주교에게 보고되지 않은 바람에 명단이 통째로 누락됐다.
이미 사망했거나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서품을 받은 사제, 사제를 도와 강론을 집행하는 부제(副祭), 신학대학생 등을 아동 성 학대 성직자 명단에서 뺀 경우도 있었다.
AP가 이름을 공개한 리처드 포스터 전 사제는 가톨릭교회 헌장이 규정한 아동 성 학대 사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명단에서 제외됐다.
그는 지난 2008년 270건에 달하는 아동 포르노물을 소지한 죄로 옥살이까지 했지만, 교구 측은 가석방으로 풀려난 그에게 일자리를 줬고, 성범죄자 명단에도 올리지 않았다.
아동 포르노물은 2011년이 돼서야 가톨릭교회가 규정한 성 학대 사례에 명시됐지만, 그 이후에도 포스터는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해당 교구의 대변인은 AP에 "실수였다"고 말했다.
가톨릭교회 측은 명단 누락과 관련해 거짓 주장에 따른 사제들의 명예가 훼손되는 것을 막는 데 중점을 두고 명단을 공개하다 보니 생긴 사례라고 해명했다.
이러한 가톨릭교회 측의 대응에 대해 아동 성 학대 희생자들과 변호인들은 아동 성범죄 의혹이 제기됐을 때 가톨릭교회가 더욱 투명하게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숍어카운터빌리티의 공동설립자인 테렌스 매키어넌은 AP에 "주교가 명단을 공개했으니 이제 더 할 것은 없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며 "가톨릭이 공개한 명단에는 많은 구멍이 있고, 실질적이고 투명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jamin7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