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시리아內 카타이브-헤즈볼라 5개 시설 타격…폼페이오 "단호한 대응"
민병대 대변인 "전투원 19명 사망 55명 부상"…미·이란 군사긴장 고조
이라크 총리 대변인 "주권 침해로 간주"…에스퍼 "필요하면 추가 행동 나설것"
(테헤란·뉴욕·서울=연합뉴스) 강훈상 이귀원 특파원 하채림 기자 = 미군이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이란 혁명수비대가 직접 지원하는 시아파 민병대(하시드 알사비·PMF 또는 PMU)의 군사시설을 공격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29일(미국동부 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머물고 있는 플로리다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취재진을 만나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달에 걸쳐 말한 내용을 분명히 드러내는 단호한 대응을 우리가 했다"고 밝히며, 시아파 민병대 시설을 공격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블룸버그통신 등이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이란이 미국인을 위태롭게 하는 행동을 하도록 미국이 좌시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번에 목표물이 된 특정 이라크 시설 등은 미국인의 목숨이 위험에 처한 곳으로, 이들에 대한 공격은 처음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도 미군 F-15 전투기가 이라크 서부와 시리아 동부에서 사령부 또는 무기고로 쓰이는 시설 각각 3건과 2건을 공격했다고 설명했다.
에스퍼 장관은 "공습은 성공적이었으며 전투기와 조종사가 기지로 무사 귀환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확실하게 자위권을 지키고 민병대 조직의 나쁜 행동을 물리치기 위해 필요에 따라 추가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이날 조너선 호프먼 미 국방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정밀 방어 타격을 했다"면서 군사 공격 사실을 확인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국방부 대변인 발표를 재확인하면서도, 문제의 '이번 이라크 시설'에 대한 공격이 처음이 아니라고 발언해, 외신의 앞선 보도와는 차이를 보였다.
AP통신 등 외신은 미군이 이라크와 시리아의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를 공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두 장관은 취재진의 질문을 받지 않았다.
미군이 이날 공격한 시아파 민병대는 이란과 가장 밀접하고 규모가 큰 카타이브-헤즈볼라의 이라크(3곳)와 시리아(2곳) 내 군사시설이다.
카타이브-헤즈볼라는 이라크 내 조직이지만 이란 혁명수비대의 지원 아래 IS 소탕과 시리아 정부 지원을 명분으로 시리아까지 병력을 파병했다.
미국이 27일 이라크 키르쿠크 K1군기지에서 미국 민간인 1명이 사망한 로켓포 공격의 주체로 카타이브-헤즈볼라를 지목하는 만큼 이를 보복하기 위해 이번 공격을 감행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인의 목숨이 위험에 처한 곳"이 공격 목표물이라는 폼페이오 장관의 설명도 이러한 추정을 뒷받침한다.
시아파 민병대는 미군 공습으로 전투원 19명이 죽고 35명이 다쳤다고 집계했다.
카타이브-헤즈볼라 대변인 자파르 알후사이니는 WP에 "대응을 묻는 이들에게 말한다. 대응은 우리의 믿음만큼 클 것이다"고 답변했다.
이라크 안보 당국과 민병대 소식통은 29일 미군의 세차례 공습으로 민병대 부대원 25명 이상이 죽고 최소 55명이 부상했다고 말한 것으로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라크에서는 지난 두 달간 미군이 주둔하는 군기지를 겨냥한 로켓포 공격이 최소 10회 발생했다. 아직 이들 공격의 배후나 주체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미국은 친이란 민병대라고 의심한다.
호프먼 국방부 대변인은 미국이 향후 카타이브-헤즈볼라의 미국인과 미군 주도의 국제동맹군에 대한 공격 능력을 제한할 것이라고 자평했다.
이번 공격은 미국이 이란에 사실상 직접 보낸 '위협적 메시지'인 만큼 양국 간 군사적 긴장이 '충돌 임계점'을 향해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미국은 중동에 있는 미국인, 미국, 미국 시설을 시아파 민병대와 같은 친이란 무장조직이 공격하면 이를 이란의 미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겠다고 엄중히 경고했다.
이를 고려하면 이번 공격에서 미국이 겨냥한 '표적'은 민병대가 아니라 이란이라고 할 수 있다.
이라크의 시아파 민병대는 유력 성직자나 성지를 수호하는 사병(私兵) 조직이었지만 2014년 이슬람 극단주의조직 '이슬람국가(IS)'가 창궐하자 이라크 정부군보다 앞장서 대테러전을 주도했다. 이 과정에서 이란 혁명수비대는 무기와 작전, 훈련을 적극적으로 지원했고, 미국은 시아파 민병대를 '이란의 대리군'으로 부른다.
IS와 전쟁에서만큼은 미국과 이란이 '공공의 적' IS를 상대로 기묘한 동맹을 맺었던 셈이다.
이란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은 아니지만 미국이 이란을 배후로 의심한 사건에 군사적으로 대응한 만큼 양국의 군사적 긴장은 더욱 첨예해질 공산이 크다.
5, 6월 호르무즈 해협 부근에서 발생한 유조선 피격을 시작으로 이란군의 미국 무인 정찰기 격추(6월), 사우디아라비아 핵심석유시설 피격(9월) 등 대형 사건이 잇따라 벌어졌지만 미국은 경제 제재만 강화했다.
따라서 이번 친이란 민병대 공격은 이란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대응이 엄포에 그치지 않고 실행될 수 있다는 신호탄으로도 볼 수 있다.
공교롭게 이번 공격이 중국·러시아·이란 등 반미 진영 3개국이 호르무즈 해협 부근에서 미국을 겨냥해 처음으로 해군 합동훈련을 하는 가운데 발생한 터라 중동 정세에 미치는 영향은 더 클 수 있다.
아울러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가 미국의 공격에 반격한다면 이라크는 미국과 이란이 벌이는 세력 다툼의 장이 될 우려도 커진다.
특히 이라크에서는 이들 민병대가 정부 산하의 정식 군조직으로 이라크의 국방·치안·대테러전의 한 축을 담당하는 만큼 미국과 이라크의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이날 이라크 정부는 미국의 시아파 민병대 공습에 반발했다.
미국 관리들은 이라크 정부에 미리 공습을 알렸다고 말했지만, 이라크 정부 측은 에스퍼 국방장관이 '30분 전에' 아델 압둘-마흐디 이라크 총리에게 전화로 공습 계획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총리 대변인 압둘 카림 할라프 장군에 따르면 압둘-마흐디 총리는 공습을 강하게 반대하며 취소를 요구했다.
할라프 대변인은 "우리는 이번 공습을 이라크 주권 침해이자 이라크와 주변 지역을 위협하는 위험한 긴장고조 행위로 여긴다"며 반발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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