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세자 홍보한 뮤직페스티벌서 전통복장 벗고 혼성 관람
여성들 "춤출 때 몸 더듬어" 불만…당국 '개방해도 전통가치 수호' 메시지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가 최근 남녀 혼성 관람을 허용한 음악 축제에서 200명을 성추행과 공중도덕 위반 등의 혐의로 체포했다.
30일 일간 더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는 부적절한 옷차림, 공중 앞 애정표현, 성추행 등에 대한 단속을 발표했다.
신문은 사우디가 사회 개혁을 진행하더라도 전통 가치의 뿌리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려고 했다고 배경을 해설했다.
이번 조치가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개방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뮤직페스티벌을 개최한 뒤에 대응책처럼 나왔다는 점을 주목했다.
크리스마스 전 주말에 열렸던 'MDL 비스트 페스티벌'엔 다비드 게타, 한국 보이그룹 몬스타엑스 등이 출연했고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파급력이 큰 SNS 이용자)들이 입국해 방송했다.
공연 관람은 남녀가 섞인 채로 이뤄졌다. 이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남녀 분리가 엄격한 사회적 규칙을 최근 새롭게 완화한 데 따른 것이다.
이 자리에선 남녀가 함께 춤을 췄다. 많은 여성이 전통적인 망토 가리개인 아바야를 대신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여성들은 현장에서 광범위한 성추행이 벌어졌다고 불평을 토로했다. 소셜 미디어에는 'MDL 비스트 성추행'이라는 해시태그 아래 청중과 공연자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한 여성은 "공연장 성추행이 정말 터무니없었다"면서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자신을 포함해 여성 대부분의 몸을 더듬거나 신체를 접촉하려고 해 제대로 춤을 출 수 없을 지경이었다고 말했다.
수도 리야드의 경찰은 현장 비디오와 다른 정보를 취합해 성추행 혐의로 88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불건전하게 옷을 입는 등 공중도덕을 어긴 혐의로 남녀 120명을 체포했다고 경찰은 덧붙였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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