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출국자 기록에 없어"…가명으로 개인 비행기 이용했을 가능성
당국 "출입국관리 뒤흔드는 사태"…변호인 "아닌 밤중에 홍두깨"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에서 출국이 금지된 카를로스 곤 전 닛산(日産)자동차 회장이 레바논으로 무단 이동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가 어떻게 국경을 넘어갔는지 경위가 주목받고 있다.
곤 전 회장은 자신이 레바논에 머물고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미국 현지시간 30일(한국시간 31일) 미국 대리인을 통해 발표하면서 변호인은 물론 수사·출입국 당국까지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이는 상황이다.
교도통신과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특별 배임 혐의 등으로 일본에서 기소된 곤 전 회장은 매우 엄격한 조건에서 보석을 허가받은 상태였다.
도쿄지방재판소(지방법원에 해당)는 도쿄도(東京都) 미나토(港)구 소재 단독 주택으로 곤의 주거지를 제한하고 일본에서 출국하는 것을 금지하는 등의 조건으로 보석을 인정했다.
곤 전 회장의 주거지 현관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해 녹화된 내용을 정기적으로 법원에 제출하며, 휴대전화의 경우 인터넷 접속을 할 수 없는 1대만 변호인에게서 받아 사용하고 그 통화 이력도 법원에 제출하도록 하는 조건도 걸려 있었다.
여권도 변호인에게 보관하고 3일 이상의 여행을 할 때는 법원의 허가를 받게 하는 등 여러 제약이 있었는데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나는 지금 레바논에 있다. (중략) 더 이상 일본 사법제도의 인질이 아니다"고 '깜짝'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곤 르노 · 닛산 前 회장, 일본서 도주… 성장지 레바논에 / 연합뉴스 (Yonhapnews)
곤의 변호인 히로나카 준이치로(弘中惇一郞) 변호사는 "보도된 내용 이상의 것을 알지 못하며 '아닌 밤중에 홍두깨' 상황에 매우 놀랐다. 앞으로 정보가 들어오면 법원에 제공하겠다"고 반응했다.
그는 "곤 전 회장의 여권은 변호사가 보관하고 있으며 변호인단이 여권을 주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교도통신은 일본 출입국재류관리청의 데이터베이스에 곤 전 회장이 출국한 기록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관계자의 설명을 토대로 전했다.
레바논 치안 당국자는 곤 전 회장으로 보이는 인물이 개인용 제트기를 이용해 베이루트에 도착했다고 NHK에 설명했다.
그는 이 인물의 입국 절차에 관해 "다른 이름으로 입국했다. 카를로스 곤이라는 이름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교도통신은 곤 전 회장이 터키에서부터 개인용 제트기를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프랑스 일간지 레제코를 인용해 전했다.
결국 곤 전 회장이 신분을 속인 채 출입국 때 가명을 썼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레바논 유력 방송사인 MTV는 곤 전 회장이 악기 상자에 숨어 일본 지방공항을 통해 출국했다고 보도하는 등 곤 전 회장이 의외의 경로를 이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본 법무성, 출입국관리청, 검찰청 등은 곤 전 회장의 도주가 출입국관리의 근간을 흔드는 사태라고 보고 서둘러 경위를 파악 중이다.
법원은 곤 전 회장의 보석을 취소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 경우 그가 낸 보석 보증금 15억엔(약 160억원)은 몰수될 것으로 예상된다.
곤 전 회장은 올해 3월 6일 보증금 10억엔을 내고 풀려났다가 4월 4일 다시 체포됐으며 같은 달 25일 보증금 5억엔을 또 내고 풀려났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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