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5명 중 첫 재판…플리바게닝 통해 감형
(제네바=연합뉴스) 임은진 특파원 = 지난해 슬로바키아 정국을 뒤흔든 언론인 살해 사건과 관련해 공범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31일(현지시간) 독일 공영 도이체벨레(DW)에 따르면 법원은 전날 탐사 보도 기자 잔 쿠치악과 그의 약혼자 살해를 공모한 혐의로 졸탄 안드루스코에 대해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안드루스코는 종신형을 받을 수 있었지만, 범죄를 자백하고 증언을 하면 형량을 낮춰주는 플리바게닝을 통해 감형받았다.
다만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재판부는 검찰과 안드루스코가 합의한 징역 10년보다는 중형을 선고했다.
법원 대변인은 안드루스코가 15년 형을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이는 쿠치악 살해 사건에 연루된 피고인 5명에 대한 재판 가운데 첫 판결이다.
쿠치악 살해를 지시한 사업가 마리안 코치네르와 이를 실행한 다른 3명에 대한 첫 공판은 내년 1월 열릴 예정이다.
앞서 쿠치악 기자는 슬로바키아 정치권과 이탈리아 마피아의 유착 관계를 취재하던 중 지난해 2월 수도 브라티슬라바 근교 자신의 집에서 약혼자와 함께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정경 유착과 관련해 10여 개 기업을 운영하는 코치네르의 사업 관계에 대한 기사도 준비 중이었다.
쿠치악 살해 사건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슬로바키아는 발칵 뒤집어졌다.
더욱이 정치인들과 사법부, 심지어 경찰까지 코치네르로부터 뇌물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민들은 대규모 부패 척결 시위를 벌였다.
사태의 책임을 지고 로베르토 칼리나크 내무장관과 로베르트 피초 총리가 사퇴하고 내각이 다시 꾸려졌으나 후폭풍은 거셌다.
피살 사건의 여파는 당시 집권당이었던 사회민주당(Smer-SD)의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져 지난 3월 치러진 대선에서 진보 정당 소속 주자나 차푸토바가 여당 후보를 큰 표차로 누르고 슬로바키아 사상 첫 여성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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