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 前회장 영화같은 탈출극…악기 케이스에 몸 숨겨 빠져나가

입력 2020-01-01 09:14   수정 2020-01-01 11:43

곤 前회장 영화같은 탈출극…악기 케이스에 몸 숨겨 빠져나가
자가용 비행기로 오사카 간사이공항 출발…터키 이스탄불 경유한 듯
레바논 베이루트 공항 도착 때 다른 이름의 프랑스 여권 사용
전체 탈출극은 아내 캐럴이 지휘…레바논 민병대 개입 의혹도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영화에나 나올 법한 대탈출극'
카를로스 곤(65) 전 닛산·르노 얼라이언스 회장은 31일(이하 한국시간) 오후 "나는 레바논에 있다"며 미국의 대리인을 통해 일본의 사법체계에서 벗어났음을 선언했다.
보수 축소 신고와 회사자금 유용 등 혐의로 재작년 11월 체포된 후 1차 보석 결정으로 석방됐다가 재체포를 거쳐 지난해 4월 다시 보석으로 풀려난 그는 가택연금 상태였다.



그는 총 15억엔(약 160억원)의 보석 조건으로 3일 이상의 여행을 하는 경우 재판부 허가를 받아야 했고, 출국은 아예 금지됐다.
소지하고 있던 프랑스, 레바논 등의 모든 여권은 변호인에 맡겼다.
브라질의 레바논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레바논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프랑스에서 기업가로서 르노그룹 회장 자리까지 올랐던 곤 전 회장은 세 나라 시민권을 갖고 있다.
그의 도쿄 거처인 미나토(港)구 자택 현관에는 감시 카메라가 설치됐다.
곤 전 회장은 일본 형법상 징역·금고 3년 이상에 해당하는 죄로 기소된 피고인에 해당해 출입국관리 당국의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돼 있었다.
이 때문에 출국하고자 할 경우 입국 심사관이 곧바로 수사기관에 통보하고 출국수속 절차를 24시간 막을 수 있었다.
정상적인 경로로는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그는 오는 4월 시작될 예정이던 공판을 앞두고 연기처럼 일본에서 사라진 뒤 지난달 31일 오전 6시 30분쯤(현지시간 30일 오후 11시30분) 어린 시절을 보냈던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 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일본 당국은 그의 출국 소식을 월스트리트 저널 등 해외 언론을 통해 처음 접한 뒤 부랴부랴 탈출 경로 파악에 나섰다.
그러나 보도가 쏟아지기 시작한 지 하루가 지났지만 정확한 탈출 경로를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MTV, 르몽드 등 레바논과 프랑스 언론을 통해 보도된 내용을 종합해 보면 곤 전 회장의 탈출은 오래전부터 치밀하게 계획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매체들이 현지 언론을 인용해 전한 내용에 따르면 전체 탈출 계획은 아내인 캐럴이 짰다.
캐럴은 터키 이스탄불 공항을 떠나 베이루트 공항에 도착한 자가용 비행기에도 곤 전 회장과 함께 타고 있었다고 한다.



도쿄에서 탈출하는 방법으로는 크리스마스 파티를 이용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며칠 전 크리스마스 파티가 곤 전 회장의 자택에서 열렸는데, 이때 악단을 가장한 민간경비업체 사람들이 돌아갈 때 악기 케이스에 곤 전 회장이 몸을 숨겨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CCTV 등 감시망을 피해 자택을 무사히 벗어난 곤 전 회장은 수도권의 나리타(成田), 하네다(羽田)공항을 택하지 않고 오사카(大阪)에 있는 간사이(關西)국제공항을 이용해 대기 중이던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경유지인 터키 이스탄불로 날아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산케이신문은 간사이공항 사무소 측이 지난달 29일 밤 자가용 비행기 한 대가 이스탄불로 떠난 사실을 확인해 줬지만 탑승자 이름과 출발시간은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일본 언론은 자가용 비행기로 출국하는 경우도 똑같은 출국 수속을 밟아야 하지만 곤 전 회장의 출국 기록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신분을 위장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교도통신은 일본 당국이 탈출 과정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면서 곤 전 회장이 터키에서 레바논으로 입국할 때는 다른 이름의 프랑스 여권을 사용했다고 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사실을 확인할 수 없지만 곤 전 회장의 탈출 과정에 부인인 캐럴과 연락을 주고받은 레바논 민병대가 관여한 의혹이 있다고 전했다.
레바논 민병대는 헤즈볼라를 의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곤 전 회장의 재판을 관할하는 도쿄지방재판소(법원)는 검찰 측 청구에 따라 보석 조건을 위반한 곤 전 회장의 보석을 취소하고 2차례에 걸쳐 납부한 총 15억엔(약 150억원)의 보석보증금은 몰수하기로 했다.
또 일본 검찰은 외교 경로를 통해 레바논 정부에 곤 전 회장의 신병 인도를 요청할 예정이다.
그러나 일본과 레바논은 범죄인인도조약을 맺고 있지 않아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일본 언론은 일본 정부가 적군파 멤버의 송환 요구를 레바논 정부가 거부한 적이 있다면서 곤 전 회장의 신병 인도 요구에 레바논 정부가 응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레바논 당국은 곤 전 회장이 레바논에 합법적으로 들어왔다며 어떠한 법적 조치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레바논 현지 매체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따라 올 4월부터 본격 시작될 예정이던 곤 전 회장의 공판 진행은 사실상 어려워진 상황이다.
  곤 전 회장은 현재 베이루트에 있는 자신의 집에 아내 캐럴과 함께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베이루트 도착 후에 미셸 아운 레바논 대통령을 면담하고 레바논 정부로부터 엄중 호위를 받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parks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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