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우소나루 취임 초기 갈등요인 딛고 무역 확대·인프라 투자로 협력 심화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정부가 출범한 이후 중국-브라질 관계가 질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초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취임 당시만 해도 중국은 위협적인 공산국가로 간주됐으나 지금은 전략적 동맹 관계를 추구할 정도로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고 브라질 일간 폴랴 지 상파울루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 정부 출범을 전후해 양국은 상당한 갈등 양상을 나타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하원의원이자 대선주자 시절인 지난 2018년 3월 대만을 방문해 중국 정부의 신경을 건드렸다.
같은 해 10월에는 대선 유세 과정에서 "중국이 브라질을 사들이려고 한다"며 중국의 막대한 투자 공세에 비판적인 자세를 보였다.
중국 정부는 보우소나루의 노골적인 친미(親美) 외교 노선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관영 매체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식을 따르지 않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보내는가 하면, 보우소나루가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정책을 흉내 내면 브라질 경제가 막대한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아미우톤 모우랑 브라질 부통령이 지난해 5월 중국을 방문해 2015년 이후 중단된 브라질-중국 고위급위원회(Cosban)를 재가동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중국을 방문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구상과 브라질 정부가 운영하는 투자협력프로그램(PPI)을 통한 협력을 강화하고 무역 규모 확대와 품목 다양화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이에 대한 화답으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1월 초 브라질 정부가 추진한 대서양 심해유전 개발을 위한 국제입찰에 중국 기업들을 참여시켰다.
당시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의 무관심 속에 중국해양석유(CNOOC)와 중국석유가스개발공사(CNODC)가 브라질 국영에너지회사 페트로브라스와 컨소시엄을 이뤄 일부 광구의 개발권을 따내면서 입찰은 실패작이라는 비난을 면할 수 있었다.
이어 지난해 11월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 기간에 시 주석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에게 1천억 달러 규모의 금융지원 의사를 전달했다. 이는 2003∼2019년 투자액 790억 달러를 넘어서는 규모다. 이와 함께 브라질에 진출한 중국 금융기관을 통해 농업·제조업 분야에 대한 신용대출을 확대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통상 분야에서도 양국 관계는 갈수록 긴밀해질 전망이다.
브라질 경제부 자료를 기준으로 지난해 1∼11월 브라질의 중국에 대한 수출은 576억 달러, 수입은 326억 달러를 기록했다. 브라질이 250억 달러 흑자를 내고 있다는 얘기다.
2018년 기준 브라질의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중국 26.7%, 미국 12%로 나와 중국이 브라질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라는 사실을 거듭 입증했다.
앞서 이 신문은 브라질이 미국 주도의 '미주 성장 이니셔티브(Growth in the Americas Initiative)' 참여를 위한 양해각서(MOU)에 서명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미주 성장 이니셔티브'는 중국의 '일대일로'에 맞서 미국이 지난해 내놓은 것으로, 에너지·인프라·정보통신 등 중남미 지역의 전략 부문에 대한 투자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는 데다 투자 규모도 중국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분석되면서 타당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약속한 인프라 투자가 본격화하면 중국-브라질 관계는 예상보다 빨리 전략적 동맹 수준으로 격상될 것으로 관측된다.
fidelis21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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