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사법당국 비판하며 자신의 무죄 주장할 듯
교도 "자택서 악기 케이스에 들어가 공항까지 이동"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영화 같은 탈출극'으로 일본 당국을 충격에 빠뜨린 카를로스 곤(65) 전 닛산·르노 얼라이언스 회장이 다음 주 레바논에서 기자회견을 가질 계획인 것으로 2일 전해졌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레바논 현지 대리인을 인용해 곤 전 회장이 8일 베이루트에서 기자회견을 열 예정으로, 구체적인 시간 등을 조율하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과 레바논 현지 언론들도 곤 전 회장이 8일 레바논의 수도인 베이루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을 탈출한 경위 등을 설명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곤 전 회장은 일본 탈출 직후인 지난달 31일 미국의 대리인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겨우 미디어와 자유롭게 의사소통할 수 있는 몸이 됐다"며 "다음 주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곤 전 회장은 재작년 11월 유가증권 보고서 허위기재와 특별배임죄 등 혐의로 일본 사법당국에 의해 구속됐다가 10억엔(약 106억원)의 보석금을 내고 작년 3월 풀려났다.
이후 한 달여 만에 재구속된 뒤 추가 보석 청구 끝에 5억엔(약 53억원)의 보석금을 내고 작년 4월 풀려나 가택연금 상태에서 재판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일본 자택에는 감시카메라도 설치돼 있었다.
출국금지 상태였던 그는 지난달 말 일본 사법당국의 감시망을 뚫고 레바논으로 탈출해 일본 열도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곤 전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결백을 재차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그는 일본 사법제도를 비판하면서 정치적 박해에서 벗어나는 것이 일본 탈출의 목적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는 레바논에서 재판을 받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정보도 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곤 전 회장은 브라질에서 태어났지만, 레바논에서 자랐으며 프랑스와 레바논, 브라질 시민권을 갖고 있다.
일본 검찰은 외교 경로를 통해 레바논 정부에 곤 전 회장의 신병 인도를 요청할 예정이다.
그러나 레바논 당국은 "곤 전 회장이 합법적으로 레바논에 입국했고 어떤 법적 조치도 없을 것"이라고 밝혀, 신병 인도는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일본과 레바논은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고 있지 않다.
곤 전 회장의 기자회견에선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그의 일본 탈출 경로에도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교도통신은 곤 전 회장이 자택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파티에 초대된 악단이 가지고 있던 악기 케이스에 들어가 감시카메라를 피했고, 대기하고 있던 트럭으로 이동했다고 그의 지인을 인용해 보도했다.
곤 전 회장이 탑승한 비행기가 경유지인 이스탄불을 향해 이륙한 후에 기내 협력자들이 악기 케이스를 열고 그를 꺼내줬다는 것이다.
일본 언론들의 보도를 종합해보면 그는 오사카(大阪)에 있는 간사이(關西)국제공항을 이용해 대기 중이던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일본을 탈출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본 검찰과 경찰은 곤 전 회장의 불법 출국 사건 관련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NHK에 따르면 경찰은 곤 전 회장의 탈출을 도운 인물이 여러 명이라고 보고, 그가 방문했을 가능성이 있는 장소 등의 방범 카메라 영상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곤 전 회장의 탈출에는 민간 보안회사 등의 조직적인 관여가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일본 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NHK는 레바논 정부가 곤 전 회장이 레바논에 입국하기 10일 전에 일본 정부에 그의 송환을 요청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를 인용해 보도하기도 했다.
레바논 정부는 곤 전 회장에 대한 송환 요청과 그의 레바논 입국은 우연이라며 그의 일본 탈출에 관여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일본 외무성 측은 "레바논 정부와 의견을 교환한 것은 틀림없지만, 상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고 NHK는 덧붙였다.
hoj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