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논란에 '쐐기'…어린 개체도 공포 대상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폭군 도마뱀'이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공룡의 대명사가 돼온 티라노사우루스 렉스(T.렉스)는 몸길이가 12m에 달하지만, 짐수레를 끄는 말 크기밖에 안 되는 왜소종의 존재를 놓고 수십년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T.렉스를 닮기는 했지만 크기가 턱없이 작은 화석을 개별종인 '나노티라누스'(Nanotyrannus)로 분류해야 하는지 아니면 T.렉스의 어린 개체로 봐야하는지 논박이 계속돼 온 것이다.
최근에는 어린 개체 쪽에 힘을 싣는 연구가 이어져 왔는데 뼈를 얇게 쪼개 분석한 결과를 통해 이에 쐐기를 박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과학진흥협회(AAAS)와 외신 등에 따르면 오클라호마 주립대학의 홀리 우드워드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논란의 대상이 돼온 공룡 화석의 정강이와 넓적다리 뼈를 현미경으로 정밀분석한 결과를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화석 뼈의 미세구조를 분석하는 원시조직학(paleohistology)을 이용한 결과, 이 화석의 주인공들이 성체로 다 자라기 전에 죽은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1942년에 발굴돼 '클리블랜드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되다가 나중에 나노티라누스로 처음 분류된 공룡 화석인 '피티'와 2001년에 비교적 완전한 형태로 발굴된 화석인 '제인'을 대상으로 분석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나무와 비슷하게 화석 뼈에 남아있는 나이테를 통해 제인은 알에서 깨어난 뒤 13년, 피티는 15년을 살다가 죽은 것으로 특정했다.
화석 뼈의 나이테 간 공간은 일정치 않았는데, 이는 먹잇감이 풍부했던 해와 그렇지 않은 해의 차이를 반영한 것으로 분석됐다.
피티보다 덩치가 작은 제인은 몸무게가 1t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됐는데, 약 10t에 달하는 성체로 급성장하는 발달 단계에 접어들기 전에 죽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T.렉스가 약 20년에 걸쳐 성체가 되며 이 과정에서 급격한 변화를 겪는 것으로 분석했다. 제인이나 피티와 같은 어린 개체들은 날렵하고 걸음이 빠르며, 먹잇감을 잘라먹을 수 있는 칼날 같은 이빨을 갖고 있지만 성체가 되면서 느릿느릿 움직이며 뼈까지 씹어먹는 이빨을 갖는 형태로 바뀐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T.렉스가 어린 개체로 오랜 시간을 보낸 뒤 성체가 된다는 것은 어린 개체와 성체가 서로 다른 먹잇감을 잡아먹으며 생태계에서 다른 역할을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T.렉스가 다 자라 성체가 되기 전에 이미 다른 동물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됐다는 증거를 제공하는 것이기도 하다.
우드워드 박사는 "많은 박물관이 크고 인상적인 공룡 화석만 수집해 전시하고 작은 것은 무시하다 보니 공룡이 어떻게 성장해 성체가 되는지에 대한 이해에 큰 공백이 있었으며, T.렉스도 예외는 아니다"면서 이번 연구를 통해 성체가 되기 전 어린 T.렉스에 관해 더 많은 것을 확인하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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