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츠' 원작자 엘리엇, 절친 여성에 보낸 편지들 60년만에 공개

입력 2020-01-02 16:09  

'캣츠' 원작자 엘리엇, 절친 여성에 보낸 편지들 60년만에 공개
"문학계 최대 이벤트…'뮤즈' 헤일과의 관계 밝힐 귀중한 단서"


(서울=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 세계적인 뮤지컬 '캣츠'의 원작자이자 시 '황무지'의 저자로 유명한 미국 태생의 영국 시인 T.S. 엘리엇이 '절친' 에밀리 헤일에게 보낸 편지 1천여통이 60년 만에 최초로 공개된다.
미국 프린스턴 대학도서관은 그동안 비공개로 보관해온 엘리엇의 편지를 2일(현지시간)부터 학생과 연구자들에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이 1일 보도했다.
학계에서는 그간 베일에 싸여있던 엘리엇과 그의 뮤즈로 알려진 헤일의 관계를 명확히 규명할 수 있는 귀중한 단서가 될 것이라며 반기고 있다.
미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서 1912년 처음 알게 된 엘리엇과 헤일은 우정이 깊어지기 시작한 1930년부터 약 25년간 편지를 주고받았다.
헤일은 1956년 본인과 엘리엇의 사후 50년이 지나기 전에는 편지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프린스턴 대학교에 서신을 기증했다.
이후 엘리엇은 1965년에 사망했고, 헤일도 그로부터 4년 뒤 세상을 떠났다.
이에 따라 대학 측은 헤일의 사후 50년이 지난 올해 두 사람의 서신을 공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엘리엇 연구학자인 앤서니 쿠다는 이번 서신 공개가 "근 10년간 문학계 최대 이벤트"라며 "서신이 서고에서 나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사건"이라고 평했다.
전기 작가에 따르면 엘리엇은 생전에 헤일이 그에게 보낸 편지를 모두 불태우라고 지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쿠다는 "엘리엇이 편지가 공개되는 것을 걱정할 정도로 두 사람은 놀라울 만큼 친밀한 사이였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특히 엘리엇의 대표작 중 하나인 '사중주 네 편' 가운데 첫 번째 시 '불타버린 노튼'(Burnt Norton)은 1934년 엘리엇과 헤일이 함께 방문했던 영국의 한 저택 이름을 딴 제목이다.
엘리엇 연구학자인 프란시스 디키는 이 시에 엘리엇이 헤일과 함께 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들을 놓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엘리엇이 첫 번째 결혼을 실패한 뒤 헤일에게 첫 편지를 보냈다는 점에서 이들이 혹시 결혼을 논의한 적은 없는지도 학자들의 큰 관심사다.
엘리엇 연구자들은 엘리엇과 헤일의 관계가 작품 활동에 영감을 주는 깊은 사이였다고 보고 있다.
대학 측은 저작권 보호를 위해 편지를 온라인에서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엘리엇 연구학자들이 마치 인기 록 콘서트 관객처럼 몰려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1888년 미국 미주리주에서 태어난 엘리엇은 26살에 '알프레드 프루프록의 연가'로 문단에 데뷔했다. 대표작으로는 뮤지컬 '캣츠'에 영감을 준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와 4월을 '잔인한 달'로 묘사한 시 '황무지' 등이 있으며 '황무지'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sy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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