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 퍼지는 '파시즘 극우주의'…진보정치인도 집단 폭행

입력 2020-01-02 19:39  

이탈리아에 퍼지는 '파시즘 극우주의'…진보정치인도 집단 폭행
유대인 비하·무솔리니 찬양하는 젊은이 8명이 얼굴 가격
정치권 연대 표시…"용인할 수 없는 사태, 극단주의 배격"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2019년 마지막 날 이탈리아의 진보 정치인이 파시즘을 신봉하는 청년들, 이른바 네오 파시스트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불미스러운 일은 작년 12월 31일 밤 수많은 '새해맞이' 인파가 몰린 동북부 베네치아 명소 산마르코광장에서 발생했다.
진보적 소수 정당인 '아르티콜로 우노'(Articolo Uno·'제1조'라는 뜻) 소속의 전 하원의원 아르투로 스코토는 가족과 함께 길을 걷다가 8명의 청년 무리와 맞닥뜨렸다.
스코토의 아내가 페이스북에 올린 당시 상황에 따르면 길을 걷는데 이들 패거리가 '우리가 안네 프랑크를 오븐에 넣었다'는 내용의 노래를 부르며 뒤를 따라왔다.
안네 프랑크(1929∼1945)는 독일 나치 치하의 박해받던 삶을 생생히 증언한 '안네의 일기'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유대인 소녀다.
이들이 부른 노래는 2차 세계대전 종전을 앞둔 상황에서 끝내 유대인 수용소에서 숨진 안네를 비하하는 내용이었다.
이에 스코토의 아내가 뒤를 돌아보며 "그만하라"고 질책하자, 이들은 파시스트식 경례법으로 손을 들어 파시즘 창시자 베니토 무솔리니를 찬양하는 칭호인 "두체, 두체(Duce, Duce·우리 말로 수상 또는 총통이라는 뜻)"를 외쳤다고 한다.
참다못한 스코토가 뒤를 돌아 항의하자, 이들 패거리는 기다렸다는 듯 스코토의 얼굴에 주먹세례를 날렸다. 이들은 스코토를 도우려던 한 청년도 집단 폭행한 뒤 달아났다.



2020년 새해를 앞두고 발생한 이번 사건에 현지 정가도 술렁이고 있다.
루이지 브루냐로 베네치아 시장과 루카 차이아 베네토주 주지사는 이를 '용인할 수 없는 매우 심각한 사태'로 규정하며 연대를 표했고, 로베르토 피코 하원의장도 "모든 극단주의자를 배격해야 한다"면서 청년들의 행태를 비판했다.
최근 이탈리아에선 장기화하는 경제난과 이민·난민들에 대한 반감, 국제사회에서의 입지 축소 등이 맞물려 무솔리니 시대에 향수를 느끼고 그를 옹호·지지하는 세력이 늘어나는 데 대한 우려가 크다.
마테오 살비니가 이끄는 극우 정당 동맹이 30% 초반의 전국 지지율로 1위를 고수하는 것도 이런 정치·사회적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유색 인종·유대인들에 대한 인종차별적 혐오 범죄도 증가하는 추세다.
홀로코스트(나치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 생존자이자 종신 상원의원인 릴리아나 세그레가 최근 극우주의자들로부터 지속해서 살해 협박에 시달린 게 대표적인 사례다. 세그레는 현재 경찰의 신변 경호까지 받고 있다.
스코토는 "이러한 폭력을 장난으로 치부하지 말아야 한다"며 "20세기 초 파시즘도 정확히 이런 분위기에서 탄생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20년 새해 첫날인 1일 집단 린치를 가한 문제의 청년 8명을 경찰에 고소했다고 ANSA 통신은 전했다.
lu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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