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째 이어져…기존의 최장 파업기록은 86~87년의 28일
정부·노동계 입장 여전히 평행선…다음 주엔 화학·정유노조도 가세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의 연금개편 반대 총파업이 29일째 이어지면서 역대 최장 파업 기록을 경신했다.
주요 노조들이 오는 9일 4차 연금개편 저지 결의대회를 앞두고 세를 다시 모으고 있는 가운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양보 의사가 없음을 거듭 밝히는 등 양측 입장이 팽팽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프랑스 노동계가 지난달 5일부터 벌이고 있는 이번 총파업은 2일(현지시간)로 29일째를 맞아 기존의 역대 최장 파업 기간인 28일을 넘어섰다.
국철(SNCF) 노조를 중심으로 한 노동계가 지난 1986년 12월과 1987년 1월 사이 임금인상과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벌인 28일간의 총파업이 전날까지 프랑스의 최장 파업 기록이었다.
마크롱 정부의 퇴직연금 개편에 맞서 한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이번 총파업의 해법은 여전히 요원한 상태다.
마크롱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연금 개편을 계속 추진하겠다"면서 양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고, 파업을 주도하는 프랑스 제2의 노동단체 노동총동맹(CGT)은 더 강한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필리프 마르티네즈 위원장은 2일 BFM 방송에 출연해 대통령의 연설 내용은 "천번도 더 넘게 들은 얘기"라면서 오는 7일 재개되는 총리와 재계·노동계와의 협상에서 기존 입장대로 연금개편안의 전면 폐기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는 현재 직종·직능별로 42개에 달하는 퇴직연금 체제를 포인트제를 기반으로 한 단일 국가연금 체제로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에 맞게 연금제도를 개편하고 단일연금 체제 도입으로 노동 유연성을 높이면서 국가재정의 부담을 줄인다는 목표지만, 노동계는 "더 오래 일하게 하고 연금은 덜 주겠다는 것"이라면서 반발하고 있다.
철도노조와 파리교통공사 노조의 대대적인 총파업으로 프랑스 전역의 철도교통과 수도권의 대중교통 전반은 여전히 차질을 빚고 있다.
운행률은 고속철(TGV)이 50% 내외, 수도권 일드프랑스 지역의 철도 노선은 30% 선에 그치고 있다.
다만, 파리의 지하철 노선들은 운행률이 크게 높아져 현재 1개 노선만 폐쇄되고 나머지 15개 노선이 운행을 재개했으나 정상 운행에는 여전히 크게 못 미치고 있다.
그나마 다음 주에는 철도와 대중교통 전반에 다시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로랑 브룅 철도노조 위원장은 이날 유럽1 방송에 출연해 "이미 한 달 치 급료를 못 받았는데 현실에서 동떨어진 대통령의 연설을 들은 직후에 업무에 복귀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면서 파업을 이어간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다음 주에는 정유·화학 노조의 총파업까지 예정돼 프랑스 전역의 연료 공급망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주요 화학 노조들이 오는 7~10일 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프랑스 최대 정유사인 토탈의 노조는 생산 중단도 고려하고 있다고 일간 르 몽드 등 프랑스 언론들이 전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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