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만에 발길 돌려…외부서 보고받고 범금융 신년인사회 참석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윤종원 신임 IBK기업은행장이 3일 오전 첫 출근을 시도했지만, 노조의 반발에 부딪혀 발길을 돌렸다.
외부에서 비서실을 통해 업무 보고를 받은 윤 행장은 이날 오후 범금융 신년인사회에 참석하며 대외 일정을 시작했다.
전날 기업은행장으로 임명된 윤 신임 행장은 이날 오전 8시 28분께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024110] 본점 지상 주차장에 도착, 후문을 통해 건물 내부로 들어가려 했지만 미리 대기하고 있던 노조원들과 대치했다.
기업은행 노조는 아침 일찍부터 바리케이드로 정문을 봉쇄하고, 후문에서 수십명이 대기하며 윤 신임 행장의 진입을 막았다.
노조원들은 "함량 미달 낙하산 행장을 반대한다", "물러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직접 윤 행장에게 "우리 입장은 이미 전달했으니 더는 정권과 대통령에게 부담 주지 말고 자진 사퇴하는 게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윤 행장은 "함량 미달 낙하산이라고 말씀하셨지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기업은행은) 1만4천 가족들의 일터이기도 하지 않나. 열심히 해서 잘 키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윤 행장은 몇차례 대화를 시도했지만, 반대 목소리에 결국 약 10분 만에 발길을 돌렸다.
그는 노조와의 갈등 해법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제가 잘 듣고 말씀 나누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기업은행 노조는 1층 로비에 투쟁본부를 마련했으며, 윤 행장이 사퇴할 때까지 출근 저지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물리적 출근이 무산된 윤 행장은 인근에 마련한 임시 사무실에서 업무 보고를 받았다. 오후에는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0 범금융 신년인사회'에 참석했다.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윤 행장은 재차 "노조와 만나보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그는 노조의 반대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말씀 잘 듣고 합리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신년인사회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제가 청와대에 제청했고 그분(윤 행장)이 적합하다는 것은 전체 이력을 보면 나온다"며 "그분이 외부에서 왔다는 건 사실이지만 기업은행 직원들도 겪어보면 훌륭하고 능력 있는 분이라는 걸 아실 것"이라고 말했다.
은 위원장은 "일단 새 은행장이 노조와 얘기하는 걸 옆에서 지켜봐 줬으면 좋겠다"며 "어차피 두 당사자가 해결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윤 행장은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과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특명전권대사,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등 경제정책 전반을 담당한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기업은행 노조는 외부 관료 출신 행장은 은행 현장을 모른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표명해왔다. 기업은행은 2010년 이후 세 차례 연속 내부 출신이 행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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