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그동안 내부 은행장 관행이 지켜졌던 IBK기업은행장에 '낙하산'이 내려앉으면서 관치금융 논란을 키우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일 IBK기업은행장에 윤종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임명했다. 정부는 애초 반장식 전 청와대 일자리수석을 염두에 뒀으나 금융 전문성이 없다며 기업은행 노조와 시민단체에서 반발하자 금융 정책에 조예가 있는 윤 전 수석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수석은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특명전권대사 등을 지낸 거시경제와 금융정책의 전문가다. 국제기구에서 닦은 글로벌 금융 감각도 갖추고 있다. 윤 전 수석이 은행 실무 경험이 없다는 것은 약점이지만 풍부한 정책 경험을 고려하면 국책은행장으로서의 자격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런데도 이번 IBK기업은행장 인사가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른 것은 관치금융에 대한 집권 여당의 '내로남불'식 입장 표변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현 정권을 창출한 더불어민주당은 야당 시절이었던 2013년 당시 청와대가 기획재정부 차관 출신을 기업은행장에 임명하려 하자 "관치는 독극물이고 발암물질과 같다"고 거세게 반발했고, 결국 내부 출신이 발탁됐다. 은행 노조가 이번 인사를 두고 정부가 독배를 마시라고 하고 있다고 반발하는 것은 여권의 자업자득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이 금융공기업 인사에 대한 확고한 원칙이나 철학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정치 공세였음을 자인한 꼴이 됐다. 기업은행은 지난달 임기를 마친 김도진 행장까지 10년간 3대째 내부 인사가 임명되면서 나름대로 탄탄하게 경영을 해왔는데 굳이 관치금융으로 회귀하면서까지 관료 출신을 임명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낙하산이라고 무작정 배척할 일은 아니다. "출신이 외부냐 내부냐도 중요하지만 누가 해당 기관에 최고로 좋은 사람이냐를 판단해야 한다"고 한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말에 동의한다. 해당 분야 문외한이나 정치 낭인을 정권의 배려 차원에서 공기업에 투하하는 것은 나쁜 낙하산이지만 자격을 갖춘 적임자를 배치하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여기에도 투명하고 납득할 수 있는 최고경영자(CEO) 선임 프로세스가 있어야 한다. 시중은행은 독립적인 임원추천위원회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적임자를 찾지만,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게 돼 있어 투명성이 결핍했다. 금융위원회의 외부자문기구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는 2017년 기업은행장 선임 절차를 투명성과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개선하라고 권고했지만, 금융위원회는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2018년 1월에는 금융위원회가 금융회사들에 최고경영자 후보군 선정·평가 기준을 공시하도록 했지만 정작 정부가 대주주인 기업은행엔 이를 적용하지 않았다. 행장 선임의 절차나 자격 요건을 명확히 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기업은행장 인선은 관치금융이나 정권의 밥그릇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정부는 이른 시일 내에 논란을 불식할 수 있는 기업은행 최고경영자 선임 방식을 제시하기 바란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