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온과 강풍에 진화 어려움…48.1도 치솟은 시드니, 순환정전 위험도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호주 산불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면서 4일 호주 연방정부는 전례 없이 예비군 최대 3천명에 대해 동원령을 내렸다.
AF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자신이 기억하는 한 사상 최대 규모인 예비군 3천명을 동원해 지난 수개월 동안 화마와 싸우고 있는 의용 소방대 수천 명을 돕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앞서 호주 정부는 함정, 항공기, 헬기 등 군 자산을 동원해 산불을 피해 해안가로 내몰린 이재민을 돕고 구호품을 조달하도록 한 바 있다.
이번에도 재난과 인도주의 구호 장비를 갖춘 세 번째 해군 함정 등 다른 자원들을 불러 모았다.
모리스 총리는 "오늘의 결정으로 더 많은 군인이 지상에 배치되고 더 많은 항공기가 하늘을 날며 더 많은 배가 바다에 띄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모리슨 총리는 기후변화와 연관이 있다는 지적을 받는 이번 산불 사태에도 불구하고 호주 석탄산업 등을 옹호하면서 미온적 대처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는 산불 때문에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인도와 일본 방문 일정을 연기했다.
현재 호주 인구 밀집지역인 동남부에는 많은 지역에 비상사태가 선포됐으며 3개 주에서 10만명 이상을 대상으로 긴급 대피령이 떨어졌다.
40도 이상으로 치솟은 기온과 강한 돌풍이 수백개의 산불을 부채질하고 있으며, 새로운 산불이 속속 일어 나고 기존 산불도 봉쇄선을 뚫고 퍼지며 상황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시드니는 서부 교외인 펜리스에서 사상 최고인 섭씨 48.1도를 기록했고, 호주 수도인 캔버라도 역대 최고인 42.9도를 기록했다고 호주 기상청(BOM) 대변인이 밝혔다.
지금 호주는 한여름으로 이들 도시 기온은 더 올라갈 수 있다고 대변인은 덧붙였다.
호주에서는 지난해 9월 말부터 발생한 산불로 지금까지 모두 23명이 사망했다.
특히 사망자 가운데 절반이 조금 넘는 12명은 이번 주 산불로 숨져 사태의 심각성을 짐작케 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3일 애들레이드 남서부 관광 휴양지인 캥거루섬에서 차를 타고 피신하던 두 명이 불길에 갇혀 사망했다.
주택 1천500채 이상이 손상된 가운데, 대략 벨기에나 하와이의 2배 면적이 불탄 것으로 추산된다.
산불이 뉴사우스웨일스 변전소 2곳과 송전선을 앗아가면서 이 지역 근 800만 가구와 호주 최대 도시인 시드니가 순환 정전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글래디스 베레지클리안 뉴사우스웨일스 주(州)총리는 AFP에 "우리는 긴 밤을 지나고 있고 아직도 최악의 상황에 맞닥뜨려야 한다"고 경고했다.
뉴사우스웨일스주는 5일에도 야외에서 화기 사용을 일절 금하는 '전면 화기 금지령'이 내려졌다.
불길이 도로 양옆으로 15m 높이로 치솟기도 하는 등 산불 확산으로 주요 도로와 소도로가 폐쇄되면서 많은 마을들이 고립되고 있다.
특히 일부 산불은 너무나 많은 열을 발산시켜 자체 화염 토네이도를 일으킬 정도로 발달한다. 또한 마른 벼락 위험을 가중시켜 새로운 산불을 내고 있다.
그 위력이 워낙 엄청나 지난달 30일 뉴사우스웨일스주 농촌소방대(RFS) 트럭이 화염 토네이도에 전복돼 타고 있던 소방대원 한 명이 순직했다.
세인 핏시몬스 RFS 소방청장은 로이터에 "산불이 사이클론 형태로 불어 10t 트럭을 뒤집어버렸다"면서 "그 정도로 바람이 빠르고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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