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빙등제 원조' 하얼빈…눈과 얼음, 빛의 향연

입력 2020-01-05 08:58  

'中 빙등제 원조' 하얼빈…눈과 얼음, 빛의 향연
아이스크림 먹으며 '이한치한'…새해 상징 '2020개' 눈사람도
400m 대형 미끄럼틀 타며 '스릴 만끽'



(하얼빈=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중국 동북부 헤이룽장성 하얼빈(哈爾濱)이 영하 20도를 밑도는 강추위 속에 중국 빙등제의 '원조'임을 내세우며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5일 국제 빙설제 정식 개막을 앞둔 3~4일 하얼빈에서는 자오린(兆麟) 공원을 비롯해 중양다제(中央大街), 쑹화강, '빙설대세계' 행사장 등 곳곳에서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

안중근 의사의 친필이 새겨진 비석이 있는 곳으로도 유명한 자오린 공원은 중국에서 빙등제가 가장 먼저 시작된 곳임을 강조했다.
공원 입구에는 1963년 처음 빙등제가 열렸음을 알리는 얼음탑이 조명으로 빛났다.
공원 안으로 들어서자 원조를 뜻하는 한자 '원(源)'이 적힌 얼음조각과 함께 "하얼빈은 중국 빙설 예술의 창설자, 자오린 공원은 중국 빙등 예술의 원조"라는 설명이 눈에 띄었다.
각 연도별 대표적 얼음조각 사진 등 자오린 공원 빙등제의 역사를 보여주는 전시회도 열리고 있었다.
최근 중국 지방정부들이 앞다퉈 빙설축제를 개최하며 관광산업 발전을 꾀하는 가운데, '역사'와 '전통'을 앞세워 차별화하려는 대목이다.
공원에서 웃통을 벗고 온라인상에 올릴 영상을 촬영하던 하얼빈 시민 한보(韓博) 씨(50)는 춥지 않으냐는 질문에 "익숙하다. 북방 사람들이 대단하지 않나"라면서 "제 고향이 아름답지 않은가. 자랑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공원 인근 도심 거리인 중앙다제 곳곳에도 얼음 조각상이 들어서 축제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이 기간 추운 날씨 탓에 카메라 배터리가 방전되고 마스크를 쓰면 습기가 차 눈썹에 얼음이 맺힐 정도였으며, 대기 질 역시 좋지 않았다.
하지만 도심 거리에는 늦은 시간까지 행인들로 붐볐고, 유명 아이스크림을 사기 위해 늘어선 줄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아이스크림을 손에 든 캉다시(康大喜)씨(30)는 "(남부지방인) 푸젠성에서 왔다. 추워서 몸이 얼겠다"면서도 "전부 줄을 서서 사니까 먹어본다"고 말하며 웃었다.

하얼빈 도심을 흐르는 쑹화강도 '겨울 놀이터'로 변했다.
쑹화강이 단단히 언 얼음 위로 각종 행사장이 마련됐고, 관광객들은 썰매나 팽이치기 등 겨울 놀이를 즐겼다. 부모들은 자녀를 썰매에 태워 끌어주거나 기념사진을 찍어주느라 바빴다.
쑹화강변 스탈린 공원에는 또 2020년 새해를 상징하는 2천20개의 대형 눈사람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한편 개막식을 하루 앞둔 '빙설대세계' 행사장은 해가 지고 조명이 커지면서 '동화 세계'가 됐다.
2만㎥에 가까운 얼음을 이용해 만든 40m 높이의 '쌍둥이 탑'을 비롯한 60만㎡ 넓이 행사장의 각종 얼음 건축물에는 LED 조명이 형형색색 빛났다.
행사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약 400m 길이의 대형 얼음 미끄럼틀이었다. 막 썰매 '주행'을 마친 마샤오자(馬曉佳) 씨(23)는 "한 시간 넘게 줄을 서서 탔다"면서도 "재미있었다. 계속 놀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관광객들은 이글루 안에 만들어진 훠궈(火鍋ㆍ중국식 샤부샤부) 식당 안을 신기한 듯 둘러봤고, 행사장에 마련된 종을 치며 새해 소원을 비는 등 함께 온 가족·친구들과 추억을 남겼다.





bs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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