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잠실 등 방학 이사수요 끝나 연초 전셋값 상승 멈추고 일부 하락
"보유세 전가·수요 증가로 전셋값 다시 뛸 것"…계약갱신청구권 등도 변수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안했던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세가 잠시 숨고르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전셋값이 급등한 강남, 목동 등지를 중심으로 방학 이사철 수요자들의 전세 계약이 상당수 마무리되면서 호가 상승세가 한풀 꺾인 모양새다.
전세시장은 매매와 달리 계절적 수요가 크게 작용하는 만큼 봄 이사 수요가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설 연휴 전까지 일시적으로 가격 상승세가 주춤해질 수 있다.
다만 정부 규제로 주택 매수보다 전세로 돌아선 수요가 늘어난 데다 일부 집주인들이 급증한 보유세 부담을 전셋값에 전가하려는 움직임도 있어 전세 불안이 올 한해 주택의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 급등하던 전세, 연초 들어 잠시 숨고르기
6일 부동산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교육제도 개편 등으로 학군 수요가 대거 몰렸던 강남·목동 일대의 전세시장이 연말·연초 전세수요 감소로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만 전셋값이 1억∼2억원가량 뛰며 고공행진을 했던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새해 들어 호가가 소폭 하향 조정되는 모습이다.
작년 말 6억8천만원까지 계약되며 7억원을 호가하던 이 아파트 전용면적 84㎡ 전셋값은 지난주 들어 6억7천만∼6억8천만원으로 다시 내려왔다. 저층은 6억∼6억2천만원 수준에 물건이 나온다.
전용 76㎡ 전세도 5억5천만∼5억8천만원, 저층은 5억원 수준에 물건이 나와 있는데 지난해처럼 전세수요가 달려들진 않고 있다.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3월 신학기 전인 2월 말까지 입주할 계약 물건들이 고가에 거래되고 난 뒤 지금은 전세수요가 다소 줄었다"며 "연말까지 앞다퉈 호가를 올리던 집주인들도 전세가격을 소폭 낮춰서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전셋값이 1억∼1억5천만원 이상 급등하고 전세물건이 품귀현상을 빚었던 목동 일대도 연초 분위기 등과 맞물려 일단 추가 상승세는 멈췄다.
목동 신시가지 3단지 전용면적 64㎡는 전셋값이 5억5천만원 선, 7단지는 6억5천만원 선으로 작년 말과 비슷한 수준이다.
목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자사고·특목고 폐지, 정시확대 등 정부 교육제도 개편으로 한동안 사라졌던 방학 특수가 강하게 몰아쳤는데 지금은 방학 이사수요가 정리되면서 전세 물건이 한두 개씩 나와도 계약이 더딘 편"이라며 "전세 문의도 다소 줄었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도 전셋값 상승세가 주춤해졌다. 이곳은 지난해 말부터 다시 급증하고 있는 강동구의 새 아파트 입주 영향도 받고 있다.
송파구 잠실 리센츠 전용 84㎡의 경우 11억원이던 전세 물건이 나가지 않자 10억7천만원으로 낮춰 내놓고 10억5천만원 전세는 10억4천만원으로 낮추는 등 최근 1천만∼3천만원씩 내린 전세물건이 나오고 있다.
잠실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학군 수요는 작년 말로 끝났고 지금 나오는 전세물건은 3월 이후 계약분이라 계약이 뜸하다"며 "봄 이사철 수요가 움직이려면 설 이후는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국감정원 조사에서도 지난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19%로 전주(0.23%)보다 오름폭이 둔화했다.
◇ 보유세 전가 움직임·계약갱신청구권 등 변수…전문가 "전세 불안 지속"
시장 전문가들은 일단 서울 지역 전셋값 상승세가 봄 이사철 수요가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설 연휴 전까지는 다소 진정세를 보일 수 있다고 예상한다.
연초 새 아파트 입주물량도 적지 않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총 4만2천가구로 지난해(4만3천가구)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준강남권으로 분류되는 강동구에는 올해 상반기에만 총 7천670가구의 입주물량이 쏟아진다.
고덕주공5단지 센트럴 아이파크(1천745가구)와 고덕주공7단지 롯데캐슬베네루체(1천859가구)가 작년 연말부터 입주를 시작했고, 올해 2월에는 4천66가구에 달하는 고덕주공3단지 아르테온이 준공한다.
그러나 최근 양도소득세 비과세, 장기보유특별공제 요건 등에 거주요건이 추가되면서 소유자가 직접 입주하는 수요가 늘어나 새 아파트 입주가 전세시장에 미치는 파장은 과거보다 줄었다.
작년 초 1만여가구에 육박하는 '송파 헬리오시티' 입주 때에도 강남 일대 전셋값이 잠시 출렁거렸을 뿐 이내 회복세를 보였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연초 일시적인 안정세가 끝나고 봄 이사철 수요가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설 이후에는 전셋값이 다시 불안해질 수 있다고 예상한다.
일단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청약을 노리는 무주택자들이 주택 구매를 포기하고 전세로 눌러사는 경우가 많아졌다.
12·16대책 발표 이후에는 급증한 보유세 부담을 전셋값에 전가하려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서초구 잠원동의 중개업소에 따르면 롯데캐슬 1차 전용면적 106㎡는 지난해 말 11억원에 전세가 나왔다. 이 아파트 전세는 10억5천만원이 평균 시세인데 보유세 부담 때문에 이보다 5천만원 높게 내놨다는 것이다.
잠원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내년에 종부세와 재산세로 2천500만원가량을 부담해야 하는 집주인이 일단 보유세 부담을 위해 전셋값을 시세보다 5천만원 높게 내놓겠다고 하더라"며 "통상 보유세 부담이 늘면 월세로 전가되지만 보유세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보증금 전액을 월세로 돌리지 못하는 집주인들은 전셋값을 올려받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의 한 중개업소 사장도 "보유세 부담 때문에 일부 다주택자들은 6월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기간 내에 집을 팔겠지만 버티기를 선택한 집주인은 결국 전셋값이나 월세를 올려 보유세를 충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당장은 전셋값이 다소 내려가고 있어 어렵겠지만 이사철이 시작되면 다시 보유세 전가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12·16 등 정부 대책으로 주택 매매시장이 침체하면 매매 수요가 전세로 돌아서면서 전셋값은 더 오를 수 있다.
한국감정원 통계를 보면 과거 매매 거래 침체가 극심했던 2012년과 2013년 서울 아파트값이 각각 6.65%, 1.28% 하락했을 때 전셋값은 각각 0.02%, 9.02% 올랐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 시행을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처리 여부도 변수다.
계약갱신청구권은 2년 거주한 세입자가 원하면 1회에 한해 2년 재계약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이고, 전월세 상한제는 전셋값 인상폭을 5%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다.
여당은 법무부와 함께 올해 전세 임차인 보호를 위해 법안 처리를 서두른다는 방침이고 국토교통부도 이에 대해 "원칙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만약 두 제도 가운데 하나만 시행돼도 전셋값이 단기에 급등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과거 주택 임대차 계약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린 1989년의 경우 그해 전셋값이 17.5% 뛰었고, 이듬해인 1990년에는 4개월 동안 전셋값이 20.2%나 폭등한 바 있다.
앞으로 전셋값이 불안해지면 정치권에서는 세입자 보호 대책으로 두 제도 도입을 앞당기려 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 경우에도 전월세 상한제보다 상대적으로 영향이 덜한 계약갱신청구권이 먼저 시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시장에서는 이미 계약갱신청구권 시행 가능성에 대비해 4년 치 전셋값 인상분을 미리 올려받겠다는 집주인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당장 이들 제도 도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올 한해 전세 불안 우려가 큰 상황에서 내년은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마저 2만2천가구로 올해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해 자칫 정권 잔여 임기 내내 전셋값이 폭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잠원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전월세 상한제나 계약갱신청구권은 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커서 지금처럼 전세물건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전셋값이 걷잡을 수 없이 뛸 수 있다"며 "차라리 9억원 초과 고가주택의 전세자금 대출을 중단해 고가전세 수요를 차단하는 것이 전셋값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sm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