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장벽 허무는 건 완성도…장인정신 가진 스태프가 국경 넘는다"
송강호 "한국적 디테일 이해할까 걱정도 했지만 놀랍고 뿌듯하다"
이정은 "봉준호 이후 한국 영화에 더 많은 국가·사회적 지원 필요해"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한국 영화 최초로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움켜쥔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은 5일(현지시간) "자막의 장벽만 넘으면 영화의 바다가 펼쳐진다"라고 벅찬 소감을 전했다.
봉 감독은 이날 저녁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튼호텔에서 열린 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직후 인근 포시즌호텔에서 가진 한국 매체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배우 송강호는 "메인은 오스카다. 골든글로브는 오스카와 연결되는 지점이다"라면서 봉준호 감독이 골든글로브 감독상을 놓친 불운을 오스카에서 반드시 달성하리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봉준호 감독, 배우 송강호·이정은, 한진원 작가, 제작자 곽신애 바른손 E&A 대표 등 '기생충'을 만든 주역 5명과의 일문일답.
-- 봉준호 감독부터 소감을 말해달라.
▲ (봉준호) 일단 너무 기쁘다. 최초라는 것도 기쁘지만 영화가 북미에서 개봉 중인데 좋은 반응과 수상 소식이 이어지는 거니까 여러 가지 의미로 기분이 좋다.
-- 칸(영화제)에서 수상(황금종려상)했을 때와 (골든글로브를) 비교한다면.
▲ (봉준호) 경합이 더 무시무시한 느낌이다. 마틴 스코세이지, (쿠엔틴) 타란티노 이런 분들이 있는 상태에서, 심지어 '아이리시맨'은 스코세이지 감독의 걸작이고 나도 응원하는 영화인데 상을 하나도 못 받고 돌아가는 걸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 자막과 관련한 수상 소감이 벌써 화제가 되고 있는데 부연설명을 좀 해달라.
▲ (봉준호) 상 자체가 외국어영화상이다 보니까, 특히 북미 관객분들이 여전히 자막 있는 영화 보는 걸 꺼린다고들 하더라. 그런 장벽을, 별것 아닌 장벽이니까 그런 장벽만 넘으면 영화의 바다가 펼쳐진다.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른 작품들이 다 그런 바다에 있는 영화들이고 상의 성격이 그렇다 보니 그런 멘트를 하게 됐다.
-- 할리우드 현지 반응을 어떻게 느끼고 있나.
▲ (봉준호) 수상 직후에 이곳(회견장)에 와서, 느낄 새가 없었다. 모처럼 통역 없는 인터뷰를 하니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다.(웃음)
-- 그래도 할리우드 반응이 대단하다. 극찬하던데.
▲ (봉준호) (송)강호 선배님이 최근 브래드 피트도 만나셨고 해서 대답하는 게 좋을 듯한데요. (웃음) 브래드 (피트) 형님이 뭐라고 하시던가요.
▲ (송강호) 그동안 많은 보도를 통해 듣기도 했지만, 할리우드 스타, 감독님, 그리고 실제로 (할리우드 현지) 관객분들이 너무들 좋아하신다. 어쩌면 '기생충'이 한국적 요소도 있고 그런 (한국적인) 디테일한 것들을 (미국 관객들이) 이해를 할까 이런 걱정도 내심 있었는데 아주 즐겁게 그리고 놀라운 감동의 영화를 봤다고 말해줄 때는 또 놀랍기도 하고 너무 뿌듯하기도 하고 참 감동적이었다.
-- 배우 송강호는 봉준호 감독과 여러 작품을 같이 하며 각별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데, 다른 감독과 차별화하는 봉 감독의 강점, 이런 것 하나 말해준다면.
▲ (송강호) (리액션과 함께) 강점은 체중이죠. (장내 전체 왁자지껄한 웃음) 체중은 압도적이죠.
(봉준호 감독, 골든글로브 트로피를 가리키며) 이 트로피도 되게 무거워요. (장내 전체 다시 한번 웃음)
-- (봉 감독이 질문) 한진원 작가가 들기에도 무거운데, 부모님께 한마디 하게.
▲ (한진원) 서른다섯에 부모님 집에 얹혀사는데 빨리 나가(독립)겠습니다. (봉 감독) 편집하지 마세요.
-- 이정은 배우, 상복이 계속 이어지는데.
▲ (이정은) 골든글로브엔 처음 참여했는데 할리우드 영화산업에서 (봉) 감독님을 바라보는 어떤 것이나 위상이 한국 영화를 새롭게 보게 만든 것 같다. 멋진 아티스트라고 생각한다. 저는 사실 감독상까지 받을 줄 알았는데. 앞으로 더 좋은 영화제가 있으니까 기대해보는 중이다.
-- 골든글로브는 한국 영화 최초인데 이제 오스카는 어떻게 기대하는지
▲ (송강호) 골든글로브도 크고 중요한 시상식이지만 그보다 그 뒤에 있는 오스카 시상식으로 가는 과정이다. 정말 메인은 오스카다. 골든글로브의 기준이 오스카로 연결되는 그런 지점이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오스카다, 이런 말씀 많이들 해준다. 봉준호 감독께서 아쉽게 감독상 안된 불운을 오스카에서 반드시 달성하리라 생각하고 응원하겠다.
-- 오스카 캠페인을 소개해달라.
▲ (송강호) 텔루라이드 영화제라고 콜로라도에서 돌아다니는데. 텔루라이드에서 쌍코피가 터졌다.
▲ (봉준호) 오스카 시스템이 칸처럼 9명의 심사위원이 일주일간 20편의 경쟁 부문 영화를 보고 심사하는 그런 게 아니라 한 해 동안 나온 모든 영화를 대상으로 투표권자만 8천명에 육박하다. 마치 선거운동과 같다. 미국 배급사나 스튜디오가 엄청난 예산을 투입해 치열한 경쟁과 캠페인을 한다. 우리도 엉겁결에 강제등판처럼 캠페인의 파도에 휩쓸려 들어간 느낌이랄까. '아이리시맨', '결혼이야기' 감독·배우분들도 (텔루라이드) 영화제에 참가한다. 칸에서 황금종려상, 한국에서 천만 관객의 선물을 받은 작품이어서 그 이후에 벌어지는 모든 일은 즐거운 소동들이다. 이렇게 느끼고 있다. 소동이지만 다들 열심히 한다. CJ나 바른손이나, 북미 배급사 네온이나 다들. 이걸 목표로 달려온 건 아니지만 이왕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 오스카에서도 어떤 좋은 결과가 온다면 한국 영화 산업 측면에 나름의 또 의미가 있겠죠.
-- 뉴욕타임스에서 봉준호 감독을 가장 만나고 싶어한다는 기사를 썼던데.
▲ (봉준호) 기생충 파티를 1월 3일에 했는데 '셰이프 오브 워터'로 유명한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호스트를 하고 파티를 했었는데 많은 영화인이 왔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나 오늘 상을 받은 로라 던, 그리고 에드거 라이트 비롯한 많은 감독이 와서 성황리에 파티가 됐는데 뉴욕타임스에서 기사까지 쓸 줄이야 전혀 예상 못 했다. (여러분들이 이런 기사를 보면서 이게 뭐지 하고 느끼는 감정과 저희도 비슷해요) 주최 측과 관람객 입장을 동시에 갖고 있다.
-- 앞으로도 한국 영화가 계속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보는가.
▲ (이정은) 그런 노력이 봉 감독 작품 이후로 더 많아지면 좋겠다고 보고, 그걸 위해 많은 인적 자원, 협력, 투자가 필요하다. 국가적 사회적 지원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
▲ (송강호) 수많은 명감독이 많이 계셔서 앞으로 더 좋고 다양한 작품이 전 세계 영화인들에게 감동을 줄 거다. 큰 성과, 영광을 누리지만 한국 영화 관객들의 열광적인 성원과 날카로운 예의주시, 사랑이 없었다면 이런 것들은 불가능했을 거다.
-- 향후 계획을 말해달라.
▲ (봉준호) 본업인 창작으로 돌아가고 싶다.
-- '기생충'이 제작단계부터 성공할 줄 알았나.
▲ (곽신애)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워낙 완성도로 가득 차 있어 구체적 상을 떠올린 적은 없지만 전 세계 누구라도 보면 즐거움과 감동을 하리라 생각했다.
-- 언어장벽을 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 (곽신애) 언어는 어차피 한국어이지만 세계 어느 곳에 내놓아도 기술적 퀄리티가 떨어지지 않는 상품을 내놓고 싶었다
▲ (봉준호) 결국 완성도이다. 언어장벽을 허무는 것도 완성도에 달렸다. 영화는 시각적 언어이기 때문에 장인정신을 가진 스태프 제작진들의 완성도가 국경이나 언어장벽을 넘는 힘이 된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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