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레이마니 딸 "중동 미군의 가족, 자식의 죽음 곧 보게 될 것"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6일(현지시간) 이른 아침부터 이란 테헤란 도심은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장례식에 가려는 시민으로 교통이 마비됐다.
이날 장례식에 열리는 곳은 테헤란대학교 부근 엥겔랍 광장이었지만 이곳에서 5㎞ 이상 떨어진 지점부터 경찰이 차량을 통제했다.
장례식 장소까지 가려면 1시간 이상 걸어야 했지만 불평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검은 옷과 차도르(이란 여성이 머리부터 온몸을 가리는 망토 형태의 복식)를 입은 시민들은 한결같이 무겁고도 결연한 표정이었다.
차가운 겨울 날씨에도 유모차에 어린아이를 태우고 장례식으로 가는 가족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날 장례식에서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딸 제납은 "중동에 있는 미군의 가족은 곧 그들의 자식이 죽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라며 중동 주둔 미군에 대한 보복을 촉구했다.
이어 "미국과 시온주의자(이스라엘)는 내 아버지의 순교가 인간 본성을 일깨우고 저항 전선을 더 강하게 했다는 사실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라며 "그들의 삶은 이제 악몽이 될 것이다. 미친 자 트럼프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라고 연설했다.
그의 연설은 국영방송을 통해 생중계됐다.
제납은 4일 자신의 집에 조문하러 온 하산 로하니 대통령을 보자마자 "우리 아버지의 복수는 누가 하느냐"라고 물어 이란 국민에게 큰 감동을 주기도 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그의 관 앞에서 쿠란 구절을 낭송하다 울먹이는 모습을 보였고 이 모습도 방송을 통해 중계됐다.
이란의 최고 권력자가 공개 석상에서 눈물을 보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란에서 반미 집회는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지만 이날은 다른 집회에서는 들을 수 없는 구호가 나왔다.
반미 집회에서 주문처럼 외치는 "마르그 발르 움메리카"(미국에 죽음을)와 함께 이날은 "엔테검, 엔테검"이라는 구호가 두드러졌다. 이란어로 '복수하라, 복수하라'라는 뜻이다.
바그다드에서 미군의 폭격을 맞아 잔혹하게 살해된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위해 정부와 군에 복수를 촉구하는 단호한 구호였다.
장례식 장소인 엥겔랍 광장은 장례식이 시작된 8시 이전부터 검은 물결이 출렁거렸다. 이란 국영방송은 "이렇게 테헤란에 사람이 많이 모인 것은 처음이다"라며 "수백만은 돼 보인다"라고 보도했다.
장례식 분위기가 고조하자 엥겔랍 광장은 울음바다로 변했다. 훌쩍이는 정도가 아닌 아예 통곡하는 소리가 넘쳐났다. 미국을 쳐부수자며 절규하듯 소리 지르는 이도 있었다.
시위에 참석한 모하마드 레자(40)씨는 "미국을 증오한다. 그들은 세계 최고의 테러리스트다"라며 "이란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들에게 복수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솔레이마니 사령관은 이제 '21세기 이맘 후세인'이 됐다"라고 했다.
시아파 무슬림이 가장 숭모하는 이맘 후세인은 서기 680년 이라크 카르발라에서 수니파 우마니야 왕조를 맞아 압도적인 열세를 각오하고 싸우다 잔인하게 살해당한 종교지도자다.
시아파 이슬람은 그를 최고의 영웅으로 칭송하면서 그의 장렬한 전사를 아직도 비통하게 여기며 그를 지키지 못한 자책을 종교적 다짐으로 승화한다.
이란 정부는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장례를 국장으로 승격하고, 이날을 임시 공휴일로 선포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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