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 10개 중 하나만 검사되는 상황 악용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화물 운반선의 대형화 등이 진행되면서 선박을 통한 마약 수출이 급증하고 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현지시간) 독일 물류배송기업 DHL의 리스크 감시 솔루션 '리질리언스 360' 자료를 인용해 최근 3년 사이 선박을 이용한 코카인 밀수 적발 사례가 3배로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화물선이나 개인 선박에 실렸다가 적발된 코카인 양이 2017년 22.4t에서 2019년 73.2t으로 늘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작년 미국과 유럽에서 원양 화물선을 이용한 대규모 마약 운송 사례가 적발된 영향이 컸다.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은 작년 6월 칠레에서 필라델피아를 경유해 유럽으로 향하려던 화물선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20t 상당의 마약을 찾아내 압수했다.
같은 해 8월에는 영국 항구인 펠릭스토에 정박한 화물선에서 1.3t 규모의 마약이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화물선 적재용량이 10년 만에 갑절로 증가하는 등 화물선이 대형화하고 물류가 많아지면서 단속이 어려워진 상황을 마약 밀매조직들이 악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세계 주요 항구에선 컨테이너 10개 중 대략 한 개꼴로 검사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최대 항구 중 하나인 벨기에 앤트워프 항 당국자는 "부두 앞에 배가 줄지어 있고 모두가 급하다. 특정 컨테이너에 대한 정보가 없다면 건초 더미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같다"고 마약 적발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남미에서 미국이나 유럽까지 운송비용이 컨테이너 한 개에 평균 1천500달러(약 175만원)로 다른 운송수단에 비해 싸다는 점 역시 마약 밀매조직들이 화물선에 관심을 두는 배경으로 지적된다.
경비행기나 쾌속선, 잠수정 등 전통적 밀수 수단도 여전히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과거보다 일반 화물선을 이용해 남미에서 다른 국가로 마약을 옮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제로 브라질 항구에선 작년 1∼10월 적발된 코카인이 전년보다 50%가량 늘었다.
당국자들은 남미에서 반출되는 마약의 약 3분의 1이 상선을 통해 운반된다고 보고 있다.
리질리언스 360의 셰리나 카말 위험감시국장은 "특히 유럽은 마약의 시중 가격이 미국보다 높아 매력적인 목적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 회원국 간에는 국경 검색도 이뤄지지 않아 하역 뒤에는 추적이 어렵다.
단속 당국과 전문가들은 선적전 검사 비율을 컨테이너 10개당 3개 이상으로 높여야 마약 밀수를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 비용 증가와 물류 지연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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