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선은하 별 생성 지역서 발원…이전과는 환경 전혀 달라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태양이 1만년에 걸쳐 방출하는 에너지를 1천분의 1초 만에 쏟아내고 사라지는 이른바 '빠른 전파폭발'(FRB)은 그 자체가 우주의 미스터리다.
지난 2007년에 처음 관측된 이후 어디서, 왜 이런 폭발이 일어나는지 밝혀지지 않은 채 의문 덩어리가 돼왔다.
지금까지 약 60차례 관측됐지만, 발생 구역이라도 대강 파악된 것은 네 건에 불과하다. 여기에 최근 반복되는 FRB가 다시 포착돼 위치까지 특정됐으나 앞서 위치가 확인된 FRB들과는 환경이 전혀 달라 의문만 더 늘어나게 됐다.
미국 국립과학재단(NSA) 광학·적외선 천문학연구소(OIR Lab) 등에 따르면 국제 연구팀은 반복 포착된 'FRB 180916.J0158+65'에 대한 연구결과를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에 싣고 하와이에서 열린 미국천문학회 235차 회의에서 발표했다.
FRB 180916.J0158+65는 지난 2018년에 캐나다에 있는 축구장 크기의 전파망원경 배열인 '차임'(CHIME)에 처음 포착됐다. 이후 '유럽 초장기선 간섭 관측(VLBI) 네트워크'(EVN)의 전파망원경 8대를 통해 발원지를 찾아내고, 하와이 마우나케아산 정상에 있는 제미니 북반구천문대의 8.1m 광학 망원경을 이용해 정확한 거리와 발원지 주변의 우주 환경을 관측했다.
FRB는 전파망원경에만 잡히기 때문에 FRB를 연구하는 데는 전파망원경과 광학망원경이 모두 필요하다.
연구팀은 이런 협력 관측을 통해 FRB 180916.J0158+65가 지구에서 약 5억 광년 떨어진 곳에 있는 우리은하와 비슷한 나선 은하의 나선팔 부분에서 발생한 것으로 위치를 특정했다. 발생 위치가 확인된 것은 FRB로는 다섯번째이자 같은 위치에서 반복되는 FRB로는 두 번째이다.
그러나 지난 2012년 푸에르토리코의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으로 포착한 유일한 반복 FRB가 왜소은하에서 발생한 것과 달리 FRB 180916.J0158+65는 대형 은하의 별 생성 지역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일회성 FRB들도 대형 은하에서 발생하기는 했지만 별 생성 지역과는 관련이 없는 곳에서 포착돼 차이를 보였다.
이는 FRB가 은하의 형태와 주변 환경과는 관련이 없을 수 있다는 점을 나타내는 것이어서 의문만 증폭하는 결과가 됐다.
논문 제1저자인 '유럽 VLBI 인프라 콘서시엄 공동 연구소'(JIVE)의 베니토 마르코테 연구원은 "FRB 180916.J0158+65는 위치가 확인된 FRB 중에서는 지구에 가장 가깝다"면서 "이전에 위치가 확인된 FRB와는 매우 다른 환경에서 발생했다는 것은 놀라우며, 발생원에 대한 추정에 도전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FRB 원인을 놓고 초신성이나 빠르게 회전하는 강력한 자기장을 가진 중성자별, 또는 중성자별 간의 충돌 등에서 외계 지적생명체가 보내는 신호 등 다양한 주장이 나오고 있으나 실체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논문 교신저자인 암스테르담대학의 천체물리학자 제인슨 헤셀 박사는 과학전문 매체 '사이언스 뉴스'(Science News)와의 회견에서 "이런 환경적 다양성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 필요하거나, 혹은 FRB를 만들어내는 복수의 다양한 소스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FRB 발원지를 더 많이 정확히 밝혀내는 것이 목표이며 궁극적으로는 FRB의 기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omn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