뤄후이닝 연락판공실 새 주임, 행정 경험 풍부하고 추진력 강해
전문가들 "홍콩 기득권과 연계 없어 각계각층 접촉 되레 유리"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홍콩에 주재하는 중국 중앙정부의 최고 책임자가 바뀌면서 홍콩 시위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전략 또한 새롭게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7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지난 4일 홍콩 주재 중국 중앙정부 연락판공실의 왕즈민(王志民) 주임이 뤄후이닝(駱惠寧·66) 전 산시(山西)성 당서기로 전격 교체된 것은 여러모로 '깜짝 인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공식 발표 전까지 연락판공실 간부들이 이를 전혀 몰랐다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이번 인사가 여러 면에서 기존과는 다른 '파격'을 연출했다는 점에서도 깜짝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뤄후이닝 신임 주임이 은퇴를 앞둔 노령의 간부라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중국 당 간부는 통상 68세 정식 은퇴에 앞서 65세에 '한직'으로 이동하는데, 지난해 10월 65세가 된 뤄 주임도 11월에 산시성 서기에서 물러나 전국인민대표대회 재경위 부주임으로 자리를 옮겼다.
중국 지도부의 최대 고민 중 하나인 홍콩 사태 책임자에 은퇴를 앞둔 간부를 파격적으로 앉힌 것은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관례에 얽매이지 않고 최적의 인물을 찾으려고 했다는 것을 뜻한다.
뤄 주임은 지난 2016년에 당시 '정치적 지뢰밭'으로 불렸던 산시성 당 서기를 맡은 후 중국 지도부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임무를 제대로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산시성 재벌과 베이징의 정치 파벌이 뒤얽힌 복잡한 부패 스캔들을 신속하게 처리하고, 침체일로에 놓여 있던 산시성 경제를 제 궤도에 올려놓아 당 지도부의 신임을 받았다는 평가이다.
중국 나카이대학의 리샤오빙 교수는 "뤄 주임은 산시성의 위기를 해결하고 산시성이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닦았다"며 "그는 이러한 위기 해결 능력을 홍콩 문제에 적용하리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임명이 파격으로 불리는 또 다른 이유는 뤄 주임이 지금껏 한번도 홍콩과 관련된 업무를 맡은 적이 없다는 점이다.
뤄 주임은 2018년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홍콩을 방문한 것을 제외하면 홍콩 관련 업무를 맡은 적이 없어 홍콩 문제에는 '문외한'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껏 홍콩 연락판공실 주임은 베이징 중앙 부처에서 홍콩과 관련된 업무 등을 맡았던 관료 출신이 주로 임명됐으며, 뤄 주임처럼 지방에서 풍부한 행정 경험을 쌓은 간부가 임명된 것은 처음이다.
홍콩에 대한 지식이 없다는 점에서 이는 약점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재계 등 홍콩의 기득권 세력과 얽히지 않아 이해관계에서 자유롭고, 홍콩 문제를 기존의 시각이 아닌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충분히 장점이 될 수 있다는 얘기이다.
중앙당교 기관지인 학습시보 부편집장을 맡았던 덩위원(鄧聿文)은 "홍콩에 연고가 없는 뤄 주임은 오히려 사회 각계와 접촉해 그들의 목소리를 듣기가 더 쉬울 것"이라며 "여기에는 (정치적) 반대 진영도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다.
홍콩 언론은 뤄 주임이 오는 9일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과 회동한 후 각계각층과 접촉하면서 홍콩 문제의 해결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뤄 주임과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홍콩이 당면한 문제를 조속하게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SCMP는 "중국 지도부에 있어 홍콩은 지난해 11월 구의회 선거 때 친중파 진영의 참패 후 오는 9월 입법회 선거를 앞둔 긴박한 시기"라며 "뤄 주임에게는 중앙정부에 홍콩의 정확한 실상을 전달하고, 입법회 선거에서 이길 새로운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막중한 임무가 주어진 셈"이라고 전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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