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유적 파괴" 위협한 이란, 세계문화유산만 22곳

입력 2020-01-07 17:12   수정 2020-01-07 17:57

트럼프 "유적 파괴" 위협한 이란, 세계문화유산만 22곳
초가잔빌·페르세폴리스·메이단에맘 등 고대문명 자취
미치광이 전략? "엄포 실현된다면 인류 전체에 큰 충격"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표적으로 삼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이란의 문화유산은 인류가 공유하는 보물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이란이 보유한 유네스코(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등재 세계문화유산은 22곳에 달하며, 세계자연유산 2곳까지 합치면 이란은 총 24곳에서 역사적으로 보존할 인류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란은 1979년 '초가 잔빌'(Tchogha Zanbil)과 '페르세폴리스'(Persepolis), '에스파한의 메이단 에맘'(Meidan Emam, Esfahan)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시작으로 최근까지 문화유산 보존에 힘써왔다.
초가 잔빌은 엘람 왕국(기원전 2700년∼기원전 539년)이 기원전 1250년께 오늘날의 이란 후제스탄 주에 세운 도시 터로, 사원과 신전 등이 비교적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다.

페르세폴리스는 기원전 518년 아케메네스 왕조(기원전 550년∼기원전 330년)의 수도로 현재 파르스 지방에 세워진 일종의 왕궁 복합 단지로, 빼어난 고고학적 가치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메이단 에맘은 사파비 왕조(1501∼1736년)가 에스파한을 수도로 삼았을 때인 17세기 초 건설한 도시 복합 단지로, 이 안에 있는 '셰이크 로트폴라 모스크' 등에서는 당대의 사회·문화적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고 한다.
가장 최근인 2018년에는 사산 왕조(224∼651년)의 건축물이 남아있는 '파르스 지역의 사산왕조 고고학적 경관'(Sassanid Archaeological Landscape of Fars Region)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란은 이 밖에도 '페르시아 정원'(The Persian Garden), '곤바데카부스'(Gonbad-e Qabus) 등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며 5천년이 넘는 인류 문명의 역사와 이슬람교의 숨결을 보호하는 데 힘써왔다.
세계문화유산 외에도 이란이 보유한 세계자연유산으로는 2016년 등재된 '루트 사막'(Lut Desert)과 2019년 이름을 올린 '히르카니아 숲'(Hyrcanian Forests)' 등이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과 미국 CNN 방송 등 외신은 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가벼운 발언'이 실현된다면 이란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에 절대 가볍지 않은 충격을 안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문화유산을 건드린다면 미국이 그토록 전멸을 바라왔던 탈레반, 이슬람국가(IS)와 같은 무장 테러조직과 다를 바 없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외교 무대에서 어디로 튈지 예측할 수 없는 행보를 앞세워 요구를 관철하려는 '미치광이 전략'(madman theory)을 구사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문화유적 파괴 엄포의 배경이 이해된다고 설명했다.
미치광이 전략은 예측 불가능성으로 인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상대에게 심어 협상력을 높이는 책략으로, 과거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효과적으로 사용해온 전략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6일 미국과 이란 사이에 감도는 전운이 문화유산 파괴라는 재앙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며 양국에 상대국의 문화유산을 파괴하는 행위를 멈춰 달라고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트위터에 이란이 거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사령관 피살을 문제 삼아 미국에 보복한다면 이란 문화 유적지 등 52곳을 겨냥해 반격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이란은 지난 3일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에서 미군의 무인기 폭격으로 이란군 실세인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숨지자 미국에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며 보복을 예고하고 있다.

run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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