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리서 발목 삔 친구 치료 위해 의료진 탄 구급차 출동시켜 논란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응급 환자의 소중한 생명줄인 구급차량이 이탈리아에서 수난을 겪고 있다.
연초 폭죽 공격으로 의사가 부상한 데 이어 이번에는 철없는 10대들의 장난질에 소중한 시간을 허비했다.
7일(현지시간) ANSA 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5일 오후 한 무리의 10대 아이들 3명이 이탈리아 남부 도시 나폴리의 한 병원 응급실에 들이닥쳤다.
이들은 친구가 크게 다쳤으니 서둘러 구급차를 보내 달라고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위협조의 험악한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의료진은 아이들과 함께 구급차에 탑승해 인근 '카세 누오베'(Case Nuove) 지역으로 향했다. 마피아 범죄가 들끓는 나폴리 내에서도 악명 높은 우범지대다.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의료진은 욕설이 난무하는 공포 분위기의 지역민들에 둘러싸였다.
위험을 무릅쓰고 군중을 헤치며 부상자에게 다가간 의료진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크게 다쳤다는 16세 아이는 발목을 삔 경미한 수준의 상처만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의료진은 부상한 아이를 당장 병원으로 데려가지 않는다며 또다시 폭언을 퍼붓는 주민들 사이에서 간단한 처치를 한 뒤 병원으로 돌아왔다.
진료권을 주창하는 현지 한 의료단체는 이러한 황당한 에피소드를 단체 페이스북에 소개하며 의료진의 안전을 위협하는 나폴리 지역 실태를 고발했다.
그러면서 "경찰의 병원 응급실 순찰이 어렵다면 군인을 데려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폈다.
나폴리 지역에선 올해에만 이러한 허위·과장 수준의 구급차 호출이 4차례 더 있었다고 한다. 새해 첫날엔 출동한 구급차에 폭죽 공격이 가해져 의사 1명이 화상을 입기도 했다.
적십자사 나폴리지부장인 파올로 모노르키오는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전장에서도 일어나지 않는 이러한 일에 우리가 익숙해져 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한편, 이탈리아 내무부는 이번 사태에 대한 대응책으로 이달 15일부터 나폴리 지역의 모든 병원과 구급차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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