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에 가로막혀 30분간 대치…'두 국회의장' 잇따라 의장석에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는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경찰의 봉쇄를 뚫고 국회에 들어가 다시 한번 의장 취임 선서를 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이 여소야대 국회 장악을 위해 과이도 의장을 못 들어오게 한 채 날치기로 다른 의장을 선출해 베네수엘라에 두 명의 국회의장이 탄생한 지 이틀 만이다.
7일(현지시간) 오전 과이도 의장은 야당 의원들과 함께 국회 건물 진입에 성공한 후 의장석에 앉았다고 AP·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힘겹게 국회 안으로 들어온 과이도와 야당 의원들은 의사당 안에서 목청껏 국가를 합창했고, 과이도 의장은 오른손을 들고 의장 취임 선서를 했다.
야당 의원들이 들어온 순간 국회에 정전이 발생하기도 했으나 의원들은 어둠 속에서 마이크 없이 목소리를 높이며 과이도 의장의 재선임을 다시 한번 선언했다.
베네수엘라 국회에서는 지난 5일 친(親) 마두로 성향의 의원들만 모인 가운데 루이스 파라 의원이 1년 임기의 새 의장으로 뽑혔다. 의장 연임에 도전한 과이도와 야당 의원들이 경찰에 가로막혀 국회에 들어오지도 못한 채 벌어진 일이었다.
이후 야당 의원들은 야권 성향 일간지 엘우니베르살 사무실에서 별도로 국회를 열고 과이도를 의장으로 재선임했다.
여야는 파라와 과이도가 81표와 100표를 얻었다고 각각 주장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국회의 의원 정수는 167명이다.
이날도 국회 밖에는 진압 장비를 갖춘 군경이 늘어서 과이도의 진입을 막았다.
과이도는 군인들을 향해 "이곳은 병영이 아니라 법의 전당이다. 법의 전당에 누가 들어갈지 군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외쳤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30분가량의 대치한 끝에 군이 과이도와 야당 의원들에게 길을 터줬다.
대치 당시 의사당 안에서는 루이스 파라가 의장석에 앉아 짧은 회의를 주재했으며, 과이도가 진입했을 때에는 이미 파라는 떠난 후였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짧은 간격을 두고 두 명의 국회의장이 의장석에 앉은 셈이다.
'한 나라 두 대통령'에 이어 '두 국회의장' 사태가 벌어지면서 베네수엘라의 혼란도 더욱 깊어지고 있다.
극심한 경제난이 지속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선 정치·사회 혼란이 이어지면서 최근 몇년간 450만 명 이상이 가난과 폭력 등을 피해 고국을 등졌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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