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서 남성으로 성전환한 남편이 아기 낳아
증명서에 출산한 사람 '엄마'로 자동 기재되는 시스템 바꾸는 중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미국 일리노이주가 신생아 출생증명서에 아기 낳은 사람을 '엄마'로 자동 기재하는 시스템을 바꾸고 있다.
7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에 따르면 일리노이 공중보건부(DPH)는 지난달 딸을 얻은 시카고 성전환 부부의 요청을 받고, 성전환 부모를 제도적으로 인정하기 위한 조치로 시스템을 업데이트 중이라고 밝혔다.
시카고 주민 마일스와 프레셔스 브레이디-데이비스 부부는 지난 2015년 '성전환 수술을 통해 후천적으로 남성과 여성이 된 커플'로 화제가 된 바 있다.
이들은 2016년 결혼해 지난달 초 딸 제인을 낳았다.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전환한 마일스가 임신과 출산을 했으며, 일리노이 공중보건부가 발급한 딸의 출생증명서에는 마일스가 '엄마'로 기재됐다.
그러나 이들 가족에게 마일스는 아빠이고, 엄마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프레셔스다.
마일스는 "출생증명서에 출산자가 자동 기재되는 줄 몰랐다"면서 "아빠가 되는 것이 꿈이었고, 이제 아빠가 됐다. 내 딸의 출생증명서에 그 사실이 명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리노이주 성소수자(LGBTQ) 권리 옹호단체 '이퀄리티 일리노이'(Equality Illinois)의 홍보 디렉터인 마일스는 딸의 출생증명서를 바로 잡기 위해 미국 최대 LGBTQ 법률조직 '램다 리갈'에 도움을 청했다.
일리노이 공중보건부 대변인은 "이 문제에 이의를 제기한 성전환 부모는 브레이디-데이비스가 처음"이라면서 "각각의 성 정체성을 반영한 출생증명서를 제작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출생증명서 양식은 그대로 유지되지만, 시스템을 업데이트해 아빠도 아기를 낳은 사람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프레셔스는 이번 조치에 대해 "우리의 정체성을 강화해줄 뿐아니라 모든 성전환 부모들이 앞으로 성 정체성 때문에 괴롭힘을 당하거나 혜택 또는 서비스 제공이 거부되는 일이 없도록 해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미국에서 출생증명서는 한 개인이 10대가 돼 운전면허증을 발급받기 전까지 기본 신분증명서 역할을 한다.
램다 리칼의 카라 잉겔하트 변호사는 "마일스는 딸이 병원에 등록할 때, 스포츠 팀에 가입할 때, 학교에 입학할 때 등 출생증명서를 이용할 때마다 성전환 사실이 공개된다"면서 "마일스와 프레셔스는 언제 어떻게 성전환 사실을 공개할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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