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행사 잇단 취소·관광객 급감…도심 명품 매장도 철수
오션파크, 적자폭 커져 홍콩 정부에 긴급 자금지원 요청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지난해 6월 초 시작된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새해 들어서까지 이어지면서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춘제(春節·중국의 설) 퍼레이드가 24년 만에 취소됐다.
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관광청은 매년 음력설 연휴 기간에 홍콩 최대 관광지인 침사추이 지역에서 개최하던 춘제 야간 퍼레이드를 올해는 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오는 25일부터 28일까지 웨스트카오룽 문화지구에서 세계 26개 팀이 참가하는 카니발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지난 1996년 시작된 후 매년 열리던 춘제 퍼레이드가 취소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홍콩 관광청은 새로운 실험을 시도하기 위해서라고 밝혔지만, 실은 대규모 시위를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춘제 퍼레이드가 열렸던 침사추이 지역은 홍콩 시위대 '최후의 보루'로 불렸던 홍콩이공대와 가까워 지난해 말부터 시위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홍콩 시위가 장기화하는 데다 대형 행사가 잇따라 취소되면서 홍콩을 찾는 관광객도 급감하고 있다.
매년 수많은 관광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12월 31일 새해맞이 카운트다운 불꽃놀이 축제는 인파가 한꺼번에 거리로 쏟아져나올 경우 대규모 시위가 발생할 수 있는 경찰의 반대로 인해 취소됐다.
홍콩의 새해맞이 불꽃놀이 축제가 취소된 것은 10년 만에 처음이다.
앞서 지난해 10월 1일 국경절 밤에 열릴 예정이던 불꽃놀이 축제도 시위를 우려해 취소됐다. 홍콩 정부가 정치적 이유로 국경절 불꽃놀이를 취소한 것은 '우산 혁명'이 벌어졌던 지난 2014년 이후 5년 만이다.
지난해 10월 31일부터 지난달 3일까지 열릴 예정이었던 세계적 와인 축제 '와인앤다인'(Wine & Dine)과 11월 22∼24일로 예정됐던 음악예술 축제 '클락켄플랍'(Clockenflap)도 모두 취소됐다.
이러한 영향 등으로 지난해 11월 홍콩을 방문한 관광객 수는 265만 명을 기록해 전년 같은 달에 비해 56% 급감했다.
이는 2003년 4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대유행 이후 16년 만에 최악의 관광객 감소율이다.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홍콩 도심의 명품 브랜드 매장도 철수하거나 신규 개점을 연기하고 있다.
현재 홍콩 내에서 8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명품 브랜드 루이뷔통의 모회사 LVMH는 매출 감소 등에 따라 코즈웨이베이 지역에 있는 타임스스퀘어 쇼핑몰 내 매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명품 브랜드 프라다는 홍콩 최대 번화가인 코즈웨이베이에 있는 대형 플래그십 매장 임차계약이 올해 6월 끝나면 그 계약을 더는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이 건물의 소유주는 코즈웨이베이 프라다 매장의 임대료를 44%나 깎아주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았으나, 프라다 측의 마음을 돌려놓지 못했다.
샤넬도 지난해 하반기 코즈웨이베이의 패션워크 거리에 신규 매장을 열려고 했으나, 시위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이를 수개월째 미루고 있다.
홍콩 디즈니랜드와 함께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끄는 오션파크도 심각한 재정난에 빠져 홍콩 정부에 100억 홍콩달러(약 1조5천억원) 규모의 긴급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홍콩 시위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하반기 오션파크를 방문한 관광객 수는 60% 급감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오션파크의 적자는 5억6천만 홍콩달러(약 840억원)에 달했다.
여기에는 홍콩 디즈니랜드, 중국 주하이(珠海) '창룽 오션 킹덤' 등과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진 탓도 있다고 SCMP는 전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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