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반격 대신 경제제재 택한 트럼프…일촉즉발 이란과 출구찾나(종합)

입력 2020-01-09 10:53   수정 2020-01-09 17:26

군사반격 대신 경제제재 택한 트럼프…일촉즉발 이란과 출구찾나(종합)
트럼프 "이란 물러선다"며 '평화' 거론…'핵카드'엔 강력 경고하며 협상 주문
AP "대선 국면서 확전 자제"…양측 '최악 시나리오' 피할 절충점서 타협 여지




(워싱턴=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 미군을 겨냥한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미국이 군사적 반격 대신 경제 제재를 대응 방식으로 선택, 일촉즉발의 충돌 위기 앞에서 '일단 멈춤' 신호를 보냈다.
미국이 이란 군부 실세인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을 제거한 후 '가혹한 보복'을 공언해온 이란이 이라크 내 미군 기지를 공격한 데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을 통해서다.
'눈에는 눈', '힘에는 힘' 양상으로 험한 말들을 쏟아내며 대치, 전면전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내던 양국이 이를 계기로 확전이라는 파국을 피하고 갈등 봉합 수순으로 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백악관 연설에서 이란의 전날 공격과 관련한 미국인 사상자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위대한 미군 병력은 어떠한 것에도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에 실질적 피해가 없었다는 점을 부각하며 이란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이란이 물러서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군사력 사용을 원치 않는다며 이란에 살인적인 경제 제재를 부과하겠다고 말했다. 또 미국은 평화를 끌어안을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그는 "미군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며 "우리의 미사일은 크고 강력하며 정밀하고 치명적이며 빠르다"며 군사력을 과시하는 경고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다만 "우리가 위대한 군과 장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가 그것을 사용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미국은 군사력 사용을 원하지 않는다. 미국의 군사적, 경제적인 힘이 최고의 억지"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핵 카드'로 세계를 긴장시켜온 이란에 대해 결코 핵무기를 가질 수 없을 것이라며 핵 야욕을 포기하고 테러 지원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란이 2015년 주요 6개국(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과 맺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대체할 새로운 핵협상에 나설 것도 주문했다.
이같은 대응은 이란이 보복할 경우 응징을 예고한 기존 입장과 결이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 트윗에서 이란이 미국 측을 공격할 경우 신속하고 완전하게, 아마도 불균형적인 방식(disproportionate manner)으로 반격할 것이라며 '비례적이지 않은' 대응 방침을 밝혔다.



이처럼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대치 국면에서 전면전 일보 직전까지 갔던 양측은 한 차례씩 '강타'를 주고받은 후 일단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을 모색하는 상황 앞에 섰다.
확전 자제 분위기는 이란 쪽에서도 감지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복 공격을 감행했지만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에서 수위를 조절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공격 지점이 미군 밀집 지역이 아닌 점, 공격 시간대도 인력이 돌아다니지 않는 새벽인 점, 이란이 공격 1시간 전에 계획을 이라크에 통보한 점 등이 그런 추론을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공격 후 트윗을 통해 이번 공격이 유엔 헌장에 따른 자위적 방어 조치라고 주장하면서 "솔레이마니 살해에 대한 이란의 대응이 끝났다(concluded)"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는 긴장 고조나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이는 양측 모두 일정 '명분'을 챙길 수 있는 지점으로 보인다.
이란은 솔레이마니 사망 후 공언한 대로 미국에 보복했다는 것을 대내외에 각인했고, 미국 역시 사상자 없이 자국민 보호와 방어에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이와 관련, "끝났다"가 핵심 단어라며 양측의 이런 결과가 긴장에서 벗어나는 최선의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양측은 각각 '공격과 응전'이라는 명분을 갖추면서도 보복의 악순환 속에 전면전으로 이어지는 파국을 모면하는 실리도 챙기는 식으로 '출구찾기'에 나섰다는 평가다.
여기에는 재선에 도전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말 대선을 앞뒀다는 국내 변수도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는 각종 대내외 현안이 재선 가도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경계해왔다. 이미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탄핵이 추진되는 상황이기도 하다. 여기에 자칫 전면전 위기까지 치닫는 상황은 엄청난 부담일수밖에 없다.
대신 그는 경제 성과를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해왔다.
그는 연설에서 에너지 자립에 성공했다며 석유·에너지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는 '중동발 위기'로 에너지 수급 우려가 나오는 상황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중동의 맹주인 이란은 국제 원유 수송로이자 지정학적 요충지인 호르무즈해협을 끼고 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대선을 앞두고 있다"며 양측에서 나온 일련의 반응이 확전을 자제하기 위한 행동이라고 풀이했다.
또 AP는 "트럼프는 이란이 물러서고 있다고 했지만, 자신도 빠져나갈 방법을 원했다"며 "그건 '강경하게 말하되 무력 충돌은 피한다'는 그의 외교 패턴에 들어맞는다"고 전했다.
CNN은 트럼프가 대치 국면에서 출구를 선택했다면서도 연설 내내 적으로부터 후퇴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싶지 않다는 점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도 "트럼프는 추가적인 적대행위로부터 벗어나는 진입로를 찾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더힐은 연설이 "미국의 중동 정책을 둘러싼 불안을 진정시키지는 못할 것 같다"며 이란은 사이버 공격이나 전 세계의 대리 조직을 통해 미국을 목표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z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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