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왕자,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만큼 강연료 받을 수 있어"
윈저성 저택·경호 등 그대로 유지…왕실 교부금·전세기 포기
버킹엄궁 "논의 초기 단계…결정까지 시간 오래 걸릴 복잡한 사안"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영국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왕자비 부부가 왕실로부터 독립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앞으로 그들이 어떻게 생계를 유지해 나갈지에 관심이 쏠린다.
해리 왕자와 마클 왕자비는 8일(현지시간) 오후 예고 없이 발표한 성명에서 "시니어 왕실 가족 일원에서 한 걸음 물러나고 재정적으로도 독립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두 사람이 어떤 식으로 수익을 창출할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으나, 전직 군인과 전직 할리우드 배우가 보유한 '상품적 가치'가 뛰어나다는 데에는 세간에 이견이 없다.
유명 인사의 강연·연설 행사를 조율하는 대행업체 '탤런트 뷰로'의 공동 창립자 제프 제이컵슨은 해리 왕자가 대중 강연에 나선다면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애플 공동 창립자 스티브 워즈니악, '워터게이트 사건' 특종 보도로 이름난 언론인 밥 우드워드 등을 고객으로 두고 있는 제이컵슨은 오바마 전 대통령의 1회 강연료를 50만달러(약 5억8천만원)로 추산했다.
굳이 마이크를 잡지 않더라도 해리 왕자와 마클 왕자비가 행사에 참석하는 것만으로 두 사람이 각각 10만달러(약 1억1천600만원)를 받아 갈 수 있다는 게 제이컵슨의 예측이다.
제이컵슨은 블룸버그통신에 "해리 왕자와 마클 왕자비가 조만간 순회 강연에 나설 것으로 생각한다"며 "강연료가 해리 왕자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해리 왕자 부부의 이날 발표는 왕실과 상의 없이 다소 갑작스럽게 이뤄졌는데, 이는 두 사람이 캐나다에서 꽤 긴 크리스마스 휴가를 즐기며 숙고한 결과였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두 사람이 깜짝 '독립 선언'과 함께 공개한 '서식스 공작과 공작부인의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막연하게나마 해리 왕자 부부가 구상하고 있는 미래상을 엿볼 수 있다.
텔레그래프는 홈페이지를 인용해 해리 왕자 부부가 독립 후에도 윈저성 인근 프로그모어 코티지를 그대로 보유하고, 아버지 찰스 왕세자의 사유지에서 나오는 수익을 유지하게 된다고 전했다. 영국 경찰의 근접 경호도 계속된다.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그간 공개된 적이 없지만 1년에 수십억원씩 세금이 들어갈 것이라고 텔레그래프는 주장했다.
대신 이들은 왕실 교부금은 받지 않기로 했다. 여기에는 공무를 수행하는 대가로 받는 임금과 개인 사무실과 집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비용 등이 포함되며 그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해리 왕자 부부는 아울러 앞으로 영국 안팎을 여행할 때 "민간 항공사와 열차, 에너지 효율이 좋은 교통수단만 이용하겠다"며 전세기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다만, 두 사람의 '꿈'을 영국 왕실이 승인해줄지는 미지수다.
왕실 업무를 담당하는 버킹엄궁 대변인은 다른 길을 걷고자 하는 해리 왕자 부부의 열망을 "이해한다"면서도 이와 관련해 결정된 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버킹엄궁은 공식 성명에서 내부적으로 해리 왕자와 마클 왕자비의 문제를 논의하는 "초기 단계"에 있다며 "신중하게 검토하는 데 시간이 걸릴 복잡한 이슈"라고 밝혔다.
run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